이통사 고객 뺏기 '점입가경'…"LG고객 번호이동하면 11만원 싸게"
“LG유플러스 고객님이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하시면 스마트폰을 더 싸게 드립니다.”

지난 주말 ‘뽐뿌(ppomppu.co.kr)’를 비롯한 휴대폰 판매정보 사이트에 위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LG유플러스 고객이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하면 똑같은 스마트폰을 더 싼값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온라인 판매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16기가바이트(GB) 모델을 기존 SK텔레콤 사용자가 구입하면 기계값으로 59만4000원을 내야 하지만 LG유플러스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하면 18만4000원을 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KT 고객이 번호이동을 하면 이보다 비싼 29만4000원을 내야 한다. LG유플러스 고객에게 11만원을 더 깎아주는 셈이다.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 고객 ‘모셔오기’에 적극 나선 이유는 올 들어 12만명 가까운 자사 고객이 LG유플러스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한 고객 수는 93만5157명이었다. 반대로 움직인 고객은 81만9200명이었다. LG유플러스가 11만5957명을 더 데려온 셈이다.

두 회사는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TE 가입자 숫자는 SK텔레콤 350만여명, LG유플러스 270만여명, KT 130만여명으로 SK텔레콤이 앞서고 있지만 LG유플러스에 자사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도 올 들어 LG유플러스만 상승세다. SK텔레콤이 1월 50.498%에서 지난 5월 50.334%로 0.164%포인트 하락한 반면 LG유플러스는 17.915%에서 18.489로 0.574%포인트 반등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KT도 마찬가지다. 전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31.587%에서 31.177%로 0.41%포인트 떨어졌다. 올 들어 번호이동 시장에서 두 경쟁사에 31만6624명을 빼앗긴 상황이다. LTE 도입이 뒤처지면서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KT는 출고가 79만9700원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R스타일’을 3만원에 판매하는 등 가입자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달 진행한 ‘LTE 워프 1+1’ 이벤트도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이벤트는 6월 한 달 동안 LTE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원하면 3만원이 충전된 유심(USIM)을 공짜로 주는 것이다. 선불요금제에 가입된 이 유심을 휴대폰에 끼우면 가입자가 1명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