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국 대학에서 ‘서머스쿨’을 찾는 외국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학들이 세계적 석학을 강사로 초청하는 등 프로그램의 수준을 높이는 데다 K팝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이다.

○석학 초청해 강의 수준 높여

10일 각 대학에 따르면 올해 서머스쿨을 운영하는 서울대 등 9개대의 외국 학생 규모는 4815명으로 지난해(3952명)보다 21.8% 늘었다. 과거 교포 학생들이 많이 찾은 것과 달리 올해는 순수 외국인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전체 프로그램 참가 학생의 87%가 미국 등 북미 대학 재학생이며 올해는 특히 싱가포르에서만 123명이 오는 등 한국 문화를 경험하려는 외국 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756명 가운데 교포 학생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서머스쿨은 6월20일께 시작해 5~6주일 과정으로 이뤄지며 최대 9학점까지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된다. 대학들은 세계적 석학을 초청하는 등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외국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국내 학생들에게도 외국 학생과의 교류 등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04년 시작해 빠르게 규모를 키워온 고려대는 올해 1200여명의 외국 학생과 200여명의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 서머스쿨을 열었다. 본교 교수는 4명에 불과하고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등 세계적 대학 40여곳에서 57명의 교수진을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테판 스티치 미국 러트거스대 교수와 한국 현대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케이틀린 웨더스비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이 고려대 서머스쿨에 참여하고 있다.

연세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 System)와 협정을 맺어 매년 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 뉴욕주 대법원 판사인 대니 전 교수 등을 초빙해 강의를 맡기고 있다. 성균관대는 ‘딜레마 이론’의 창시자인 찰스 햄튼터너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레이먼드 애블린 싱가포르 난양공대 경영학 교수 등을 불러들였다. 햄튼터너 교수는 “5년째 성균관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매년 시의성 있는 국제 이슈를 다뤄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접할 수 있다”며 “한국 학생들이 외국 학생들 앞에서도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나타내는 등 글로벌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매년 한국에 오는 것이 설레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대학의 한류’ 문화체험 인기

대학들은 국제적 강의뿐 아니라 한국 가요와 영화, 음식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과정도 개설하고 있다. 산업체와 역사유적,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탐방 등도 외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국내 최초로 1971년부터 국제하계대학을 개최한 이화여대는 올해 4개의 세션으로 각각 다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여대와는 음식, 홍콩 중문대와는 건축, 미국 하버드대와는 영화 등 제휴 대학과 함께 공동 과정을 운영하며 한국 문화와 세계 문화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화-하버드 서머스쿨은 여름계절학기 수업과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한다. 인턴십의 경우 하버드대생 7명이 참가해 8주일 동안 국내 기업 및 기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중앙대는 붓글씨, 태권도, 국악 등 한국 문화 체험을 실시하고 한국외대는 버디 프로그램(buddy program) 등을 통해 한국인 학생이 외국 학생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갖고 한국 문화 체험을 돕고 있다.

고려대 서머스쿨에 참여하는 애이리 래비니(미국 신시내티대 4학년)는 “미국에서 한국 음식과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좋아 꼭 한국에 오고 싶었다”며 “대학 졸업 후에도 연구 등을 하면서 한국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서머스쿨에 참여한 외국 학생들이 본국에 돌아간 뒤 다시 교환학생을 신청해 국내에서 1~2학기를 수강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