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61㎞/ℓ'  도요타의 대공습
한국도요타가 지난달부터 차세대 모델로 꼽히는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밀리에 들여오고 있다. 공인 연비가 ℓ당 61.1㎞로 기존 프리우스 하이브리드(ℓ당 29.2㎞)보다 두 배 이상 좋은 모델이다.

이달 말까지 10대를 가져온 뒤 다음달부터 국내 정·관계 인사 등 오피니언 리더층을 대상으로 제주도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에서 시승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5월 GS칼텍스와 사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요타가 차세대 모델을 서둘러 투입해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입 하이브리드카 시장 90% 장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정용 전기로 충전해 쓸 수 있는 배터리가 장착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대당 390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지난 1~5월 5600여대가 팔리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다.

한국도요타는 국내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이 차를 서둘러 공수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기아차의 전기차 ‘레이 EV’에 이어 BMW가 전기차 i3, i8을 국내에 소개하고 르노삼성이 ‘SM3 Z.E’를 내놓는 등 전기차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량 400만대를 기록한 이 부문 선두주자다. 국내 수입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도 1~6월 총 2377대(렉서스 포함)를 팔았다. 수입차 하이브리드 모델 전체 판매량(2632대)의 90.3%다. 이 중 프리우스가 총 1127대 팔려 작년 같은 때(766대)보다 47.1% 늘었다. 지난 2월 라인업을 3가지로 다양화한 덕을 톡톡히 봤다. 종전보다 가격을 300만원 내린 뉴 캠리 하이브리드도 지난해 같은 기간(164대)보다 네 배 늘어난 813대를 팔았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캠리 가솔린 모델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내부적으로 한국시장에선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도요타는 앞서 지난 3일 렉서스의 중형 스포츠세단 G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X의 하이브리드 모델 가격을 종전보다 800만~1000만원 낮췄다. 오는 9월에는 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인 ES300h도 들여오는 등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올해 상반기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만60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2391대)보다 4배 이상 늘어났으나 연간 판매 목표치(3만대)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판매량은 1877대로 5월(2152대)보다 떨어졌다.

◆“배터리 공유로 가격 낮출 것”

친환경차의 핵심 과제는 배터리 값이다. 도요타는 미국 포드 및 독일 BMW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도요타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포드, BMW와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뤄 가격을 낮추겠다는 생각에서다.

국내에선 아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정부 지원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 판매에 걸림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전기차 수준의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순수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만 전기차로 분류하고 있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