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하는 54년 차 명품배우 박근형.

한국 드라마와 연극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도 연기력 논란으로 방송국에서 퇴출당한 적이 있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참가한 연극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연기생활을 시작한 박근형. 이후 열정을 쏟아 국내 최고의 국립극단 단원이 되었지만 늘 어려웠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TV 공채 탤런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웃지 못할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국내 최고 위상이었던 국립극단의 단원을 방송국에서 연기력 논란으로 퇴출시킨 것. “어느 날 갑자기 칠판에 연기 못 하는 사람 퇴출이라고 써있더라. 박근형, 김혜자...”



tvV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그의 회고에 스튜디오는 일순간 웃음바다가 됐다는 후문이다.

평소 시간약속을 칼같이 지키기로 유명한 배우 박근형. 그는 연이은 밤샘 촬영에도 이날 인터뷰에 한 시간 먼저 나와 MC와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어제부터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라고 말하는 54년 차 대 배우에 대해 MC 백지연 앵커는 “이렇게 정각에 녹화 시작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놀라움과 존경을 표했다.

박근형은 최근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의 서 회장 역을 맡아 나지막한 톤의 “욕보래이” 한 마디로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하며 명불허전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는 그런 극을 써준 것 같아 작가한테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회장의 최강어록 “욕보래이”의 변천사를 짚어주는가 하면, 평면적인 캐릭터를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그만의 방법 등 50여 년을 갈고 닦은 그의 연기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박근형 '추적자'와 관련해 쪽 대본 받으며 밤샘 촬영하는 통해 본인도 방송을 보지 못했다며 여전히 후진적인 제작여건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끔 연출부한테 농담처럼 말한다. ‘작가한테 얘기 좀 해줘라. 종방연 파티할 때 내가 꼭 따귀 한 대 때릴 거다.’라고… 이런 상황에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해주는 건 고마운 일인데 이제 제작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형과 공연한 후배들은 악명 높은 그의 연기지도에 대해 하나같이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박근형은 “예전에 연속극을 같이 하면 (신인들은) 예쁘기만 하지 전혀 숙맥인 거다. 그런데 마침 내 딸이나 직계가족 역할이 되면, 이제 나한테 죽는 거다. 방송하는 동안 내내 (나에게) 괴로움을 당한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또한, “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 연극무대에서 기초를 닦아야 한다. 거기가 모체니까…”라며 끝까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