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 총장] 김준영 성균관大 총장ㆍ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CEO가 만난 모교 총장] 김준영 성균관大 총장ㆍ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국내에 뿌리를 두고 세계로 진출한 기업들은 많지만 코라오처럼 처음부터 외국에서 시작해 성공을 거둔 한인 기업은 거의 없죠. 오세영 회장의 성공 비결은 열정과 창의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대학 때 해외로 어학연수나 인턴을 어렵지 않게 나가듯이 해외 취업과 창업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외국에서 생활해보면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두뇌와 성실성이 얼마나 큰 경쟁력인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오세영 코라오 회장)

김준영 총장은 2011년 2월 취임 이후 일관되게 ‘글로벌 성균관대’를 강조해왔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의 경쟁력 역시 세계 무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오세영 회장은 1987년부터 인도차이나반도를 무대로 활동하며 코라오를 라오스 최대 민간 기업으로 키워낸 대표적인 한인 기업가다. ‘글로벌’을 키워드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이 지난 6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진행된 ‘총장·CEO 대담’에서 만났다.

▷사회=‘글로벌’이라는 관점에서 두 분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김준영 총장=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초일류 기업들은 이미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죠. 일반인들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 세계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입니다. 대학은 다양한 문화와 경제, 사회를 이해하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성균관대는 세계 700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었고, 그중 100여개 대학과는 복수학위, 교수 교환 등으로 활발히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교류하는 대학 수를 150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원의 약 10%(2600여명)가 외국인 학생인데 진정한 글로벌을 위해선 20% 이상은 돼야겠죠.

▷오세영 회장=글로벌은 국내에서 보면 해외로 나간다는 개념이지만 해외에서 보면 그 나라에 자리를 잡는 것이죠. 얼마나 빠르게 현지화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현지인과의 네트워크가 필수죠. 외국 학생 비율이 10%라면 한국 학생들이 학창시절부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고 있는 셈입니다. 대학 다닐 때 외국 학생들과 친해놓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사회=여름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오는 외국 학생들도 늘었다면서요.

▷김 총장=대중문화로 시작된 ‘한류 바람’이 이제는 교육에도 불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성균관대 서머스쿨을 찾은 외국 학생이 79개 대학 1450명에 이릅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 학생들도 늘고 있지만 특히 아시아 학생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60% 가량이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학생일 정도죠. 아시아 학생들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의 문화와 기술을 배우는 데 더 적극적입니다.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선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 회장=인도차이나반도에서도 한류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조국의 문화가 전파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죠.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중국은 라오스 학생들을 매년 100명 정도 초청합니다. 학사는 물론 석·박사 학위까지 따게 하는 국비 장학생 사업을 벌써 20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중국 전문가들 모두 그 프로그램으로 중국에서 공부했습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오면 중국 문화를 잘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친중파(親中派)’가 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아직도 동남아시아 국가 학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한국 전도사’를 키워야죠.

▷사회=라오스 출신 유학생이 어느 정도 있나요.

▷오 회장=한국에는 20명 정도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오스 사람은 150명가량 있고요. 현재 라오스 사람들을 위한 연락사무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임도 하려고 합니다. 라오스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도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다만 라오스는 그동안 문맹률이 높아서 우리 회사는 초·중등 교육에 집중해왔습니다. 코라오 임직원 자녀들의 경우 연간 4000명 정도 무료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김 총장=오 회장의 이런 노력이 바로 글로벌 성공 신화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찾아내는 창의성과 그 아이템을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열정을 동시에 갖춰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오 회장의 경우 여기에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은 덕에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을 겁니다.

▷사회=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 등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오 회장=해외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책임감이나 추진력은 확실합니다. 다만 처음에 잘나가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보면 마음가짐이 흐트러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유흥에 빠지는 등 방종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 면에서 인성 교육은 기초체력과 같습니다.

▷김 총장=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성인으로서 기본적인 인성과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결국 리더가 되는 사람은 사람들과 협력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재죠. 우리 대학은 인성 함양을 위해 3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졸업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청년실업에 대한 조언은.

▷김 총장=직장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창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죠. 우리 학교는 삼성재단·경기도와 함께 3개월짜리 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SGS사회기업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출범 이후 150명에게 각각 5000만원 이상 창업자금을 지원했죠. 오 회장처럼 도전 정신을 발휘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오 회장=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 중 상당수가 ‘메이드 바이 현대’지만 ‘메이드 인 아메리카’죠. 기업이 이렇게 글로벌화하듯 개인도 활동 영역을 국내에 국한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청년실업이 150만명이라고 하는데 아세안(ASEAN) 인구가 6억5000만명이고 인도차이나반도에만 2억500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150만명 모두가 동남아에 진출한다고 해도 그 큰 시장에서 일자리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얘기죠.

▷사회=해외 진출을 두려워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김 총장=오 회장은 그런 면에서 진정한 롤모델이죠. 우리 교육 체제가 너무 입시지향적이어서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 회장=저는 1980년대 후반 베트남에서 창업할 때 ‘베트남에 사는 8800만명 중 내가 한국말 가장 잘 한다’는 엉뚱한 자신감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선 하나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 아니지만 해외에선 통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 정말 똑똑하고 부지런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죠. 동남아에 가면 출퇴근 시간 지키는 것도 경쟁력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외국으로 어학연수나 인턴을 많이 나갑니다. 졸업하면서 두려움이 커지는 모양인데 해외 취업과 배낭여행이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 김준영 총장은…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61)은 한국재정학회장, 기획재정부 물가정책자문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거시경제학자다.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모교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교무처장과 기획조정처장 등을 거쳐 작년 1월 19대 총장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 ‘글로벌화를 통한 2020년 세계 대학 순위 50위 진입’을 목표로 내걸었다.

◆ 오세영 회장은…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49)은 성균관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1980년대 후반부터 30년 가까이 동남아 시장을 개척해왔다. 1997년 라오스에서 자동차 제조·유통업체 코라오(코리아+라오스)를 설립했다. 라오스 최초로 AS센터까지 설립하는 등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이 회사를 라오스 최대 민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