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매장량 최종 평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자원연구부의 빡빡한 탐사 일정이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조직이지만 이들은 2000년대 불붙기 시작한 세계 해양 영토 전쟁의 최전방을 뛰는 주역이다. 수천m 깊이의 바닷속에 있는 엘도라도(전설 속 황금도시)를 찾기 위해 한 해 절반 이상을 대양에서 보내고 있다.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인도양 공해상 중앙해령에서 제주도 면적 5.4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네 번째 심해 광구를 확보했다.
◆바닷속 엘도라도를 찾아라
바닷속에는 인류에게 유용한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5000m 깊이 심해 바닥에는 니켈 함유량이 풍부한 퇴적물 덩어리 망간단괴가 있고 바닷속 해저산(수심 800~2000m)에는 코발트를 풍부히 갖고 있는 조개 껍데기 모양의 망간각이 쌓여 있다.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수심 300~3700m 지역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뜨거운 물이 온천처럼 솟아나는 열수광상(熱水鑛床)이다. 뜨거운 물에 포함된 금속이온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다양한 광물 자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재운 해양과기원 응용기술연구본부장은 “한 광구에서 연간 수백만t을 캐야 경제성을 맞출 수 있는 망간류와 달리 열수광산은 광물의 집적도가 높아 연간 30만t 정도만 캐도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며 “지상의 광물과 성분이 동일해 별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열수광상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열수광상은 2005년 캐나다 민간기업 노틸러스미네랄사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앞다퉈 탐사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노틸러스사는 2014년 파푸아뉴기니에서 세계 처음으로 심해 광물 상업 채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세계 두 번째 상업 채굴 타진
해양 탐사 후발국인 한국은 태평양 공해상 망간단괴 광구, 통가 EEZ 해저열수광상, 피지 EEZ 해저열수광상 등 지난달 확보한 인도양 공해상 해저열수광상을 포함 모두 4곳의 탐사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상업화도 서두르고 있다.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남태평양 통가 광구에서는 바닷속 광물을 직접 채굴할 수 있는 드릴십을 투입해 광물 매장량을 최종 평가하는 작업에 나선다. 경제성이 확인되면 2014~2015년께 세계 두 번째로 상업 채굴에도 나설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LS니꼬동제련, SK네트웍스, 포스코 등 국내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올 연말에는 피지 EEZ 광구에 참여할 민간기업도 모집할 예정이다. 문 본부장은 “해양과기원은 지난 6월 심해 열수광상에서 발견한 고세균을 이용해 바이오수소를 개발하는 실증생산에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