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 "유럽 경기침체 차단"…시장은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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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기준금리 0.25%P 인하
유로존 제조업 경기 5개월 연속 하락
"0.25%P 인하론 부족" 국채 추가 매입 등 필요
유로존 제조업 경기 5개월 연속 하락
"0.25%P 인하론 부족" 국채 추가 매입 등 필요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연 1% 아래로 낮춘 것은 유럽의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은행권 지원과 성장펀드 조성에 합의하자 곧바로 통화완화 정책으로 힘을 실은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ECB 정책위원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발표 후 유럽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결정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 α’의 추가 부양책을 희망했던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대로 0.25%P 인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회의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회의 때 낮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를 결정해 지난달 자신의 발언을 실행에 옮겼다.
ECB가 역대 최저인 연 0.75%까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코노믹스는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6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4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로존 복합 PMI는 5개월째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유로존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독일의 6월 서비스 PMI도 49.9를 기록, 9개월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이다. 올해 1월 2.7%였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에 2.6%로 떨어진 데 이어 5월과 6월에는 2.4%를 유지했다. 실물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ECB가 금리 추가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금리 인하 외의) 추가 조치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3년물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추가 실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통적 정책수단들의 효과는 본질적으로 일시적”이라며 추가 부양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CB가 재정위기국 국채를 추가 매입해 주거나 유럽 은행권을 위한 장기대출 프로그램 등 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고 확인한 것이다.
◆추가 부양책 목소리 커져
하지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것만으로는 침체에 빠진 유로존 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의 연 1% 기준금리도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었지만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국채 매입이나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ECB에 “유로존 각국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재정위기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BOE)도 이날 금리회의를 열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500억파운드(약 88조원)를 추가 투입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BOE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규모는 종전 3250억파운드에서 3750억파운드로 늘어난다. 기준 금리는 연 0.5%로 동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ECB 정책위원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발표 후 유럽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결정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에 ‘+ α’의 추가 부양책을 희망했던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대로 0.25%P 인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는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고 회의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다음 회의 때 낮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를 결정해 지난달 자신의 발언을 실행에 옮겼다.
ECB가 역대 최저인 연 0.75%까지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유럽의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코노믹스는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6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4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로존 복합 PMI는 5개월째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유로존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독일의 6월 서비스 PMI도 49.9를 기록, 9개월 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이다. 올해 1월 2.7%였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에 2.6%로 떨어진 데 이어 5월과 6월에는 2.4%를 유지했다. 실물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ECB가 금리 추가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의에서 (금리 인하 외의) 추가 조치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3년물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추가 실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통적 정책수단들의 효과는 본질적으로 일시적”이라며 추가 부양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CB가 재정위기국 국채를 추가 매입해 주거나 유럽 은행권을 위한 장기대출 프로그램 등 부양책을 내놓지 않겠다고 확인한 것이다.
◆추가 부양책 목소리 커져
하지만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것만으로는 침체에 빠진 유로존 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의 연 1% 기준금리도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었지만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국채 매입이나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같은 유동성 공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ECB에 “유로존 각국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재정위기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BOE)도 이날 금리회의를 열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500억파운드(약 88조원)를 추가 투입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BOE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규모는 종전 3250억파운드에서 3750억파운드로 늘어난다. 기준 금리는 연 0.5%로 동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