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대신 노트북을 장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겠네요.”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을 본 한 소비자의 말이다. 싼타페 프리미엄 모델을 출고할 때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붙박이(매립형)’로 장착하려면 170만~205만원이 든다. 웬만한 노트북 1대 값이다. 이 소비자는 “길찾기, DMB 방송 외에 특별한 기능도 없는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고가 순정 내비게이션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내비게이션 LCD 모니터에 전후방카메라와 DMB 방송, 텔레매틱 서비스 등을 탑재해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 K9의 9.2인치 DIS 내비게이션 260만원, 지난해 나온 한국GM 말리부의 7인치 내비게이션 225만원, 그랜저 HG의 8인치 내비게이션은 205만~220만원이다.

반면 내비게이션 전문업체가 시판 중인 제품의 가격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만도, 현대모비스가 선보인 최신형 8인치 매립형 내비게이션은 50만~70만원대. 후방카메라와 프리미엄 오디오 등을 설치하고 공임비를 포함해도 순정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저렴하다. 제작원가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한 반도체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이 넷북용보다 기능도 덜 복잡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중앙처리장치(CPU) 용량과 성능, 처리 속도 등을 보면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자동차 회사들은 “단순히 구성부품의 가격과 기능만을 갖고 가격을 비교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넷북과 노트북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전원장치 등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진 데다 윈도처럼 범용 소프트웨어가 있어 제작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차종별로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개발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 불만을 잠재우려면 투명하게 옵션 가격 책정 구조를 공개하고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싸고 성능이 떨어지는 순정 내비게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전예진 산업부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