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진 찍는 사장님
장 마리 아르노 <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사장 J.M.Arnaud@sanofi.com >
이따금 한국인 친구들은 나의 렌즈 안에 담긴 서울 풍경이 ‘서울답지 않은 서울의 모습’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아마도 익숙한 눈으로 보면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모습을 포착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처럼 사진 찍기는 남과 다른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나만의 방식으로 한국과 관계 맺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따금 나는 카메라를 일터에 들고 오곤 한다. 직원들의 생일파티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거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자원봉사 현장에서 한마디 격려사를 전하는 것 외에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재능을 더하는 것이 자원봉사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작년부터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암 환자들의 정서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에 재능 기부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활성화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드라마 치료, 텃밭 가꾸기, 숲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재능을 연결하는 노력만으로도 기존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재능은 홀로 화려하게 조명받는 무대에서만 쓰여지기보다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남을 이롭게 할 때 더욱 빛나게 마련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는 사람들의 비결 중 하나는 남을 돕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새겨볼 만하다. 개인이 가진 재능에 타인들과 건강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상호성과 확장성을 더하고자 노력한다면 더 큰 재능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사진 찍는 사장님’으로 남고 싶다. 내 카메라 안에 우리 회사 직원들의 크고작은 열망과 재능이 일궈내는 아름다운 결실을 더 많이 담아내고 싶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 ‘희망의 프레임’을 선물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장 마리 아르노 <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사장 J.M.Arnaud@sanof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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