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윈도와 인텔의 합성어)’ 진영이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상징처럼 불릴 때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텔의 프로세서 결합이 세계 PC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구글과 ARM 계열이 모바일 시장을 점령했다. 모바일 시장의 강자들은 PC시장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왕관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애플·구글의 공세

애플이 지난달 11일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새로운 매킨토시PC 운영체제 ‘마운틴라이언’(OS X 10.8)의 가장 큰 특징은 ‘호환성’이다. PC에 있던 연락처, 캘린더, 메시지, 미리알림, 노트 등이 아이폰, 아이패드와 완벽하게 동기화된다. 애플의 맥컴퓨터로 일하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도큐먼트 인 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하면 문서를 공유할 수 있고 다른 기기에서 편집도 가능하다.

애플이 노리는 것은 ‘iOS의 후광효과’다. 업계에선 “비슷한 사용자환경(UI) 때문에 수많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가 PC를 구매할 때 맥을 한 번 더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크롬북’을 발표했지만 빈약한 성능과 네트워크 문제로 PC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구글은 새 ‘크롬 OS’로 다시 한번 도전한다. 크롬OS는 정보가 가상 서버에 저장되는 클라우드 OS다. 2주마다 구글 크롬 OS가 자동 업그레이드된다.

하지만 한국처럼 ‘액티브X’ 프로그램 사용이 일상화된 시장에선 금융거래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구동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직은 무리다. 업계에선 학교나 유통회사처럼 단순한 기능 위주로 사용하는 ‘틈새시장’에서 주로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S, 수성할 수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올가을께 내놓을 ‘윈도8’으로 이들의 공세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윈도8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포맷을 완전히 버린 새로운 OS다.

애플은 사용자들이 아이폰에서 맥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판을 짜준 것뿐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서로 다른 기기에서 OS 자체를 공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외에도 메트로 UI를 적용했고, 터치 기능을 탑재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OS는 전 세계 PC시장에서 84.2%(작년 7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PC시장 강자가 기존의 판을 깨면서까지 혁명적 수준의 새 제품을 내놓은 이유는 모바일 진영의 공격으로 전통 PC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8과 결합된 터치 방식의 울트라북이 애플과 구글의 공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해낼지,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PC 시장을 얼마나 잠식해 들어갈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