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돈이 마르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거래대금 급감은 각 금융투자회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는 예산 절감을 통한 긴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증권사 적자경영에 울상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수익이 줄어든 주요인은 거래대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소매영업(브로커리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을 감안할 때 일평균 거래대금은 최소 6조5천억원 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

지난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을 밑돌고 있다.

4월에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9천650억원을 나타냈고 5월에는 4조6천911억원으로 더 줄었다.

지난달 들어서는 일평균 4조537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거래대금이 3조1천억원대를 찍으며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1분기(4~6월) 수익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1분기 주요 8개 증권사의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예상치 대비 57.5% 하향 조정했다.

대형사 중에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적자경영을 하는 곳이 생겨나는 상황이다.

한 대형증권사 임원은 "거래대금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이미 위기를 생각해서 광고비 등을 낮추는 등 예산을 미리 절감했지만 최근에는 더 줄이고 있다"면서 "거래대금이 기존에 예상했던 거래대금의 60%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불가피

거래대금이 5조원을 밑도는 현재의 흐름이 1개월만 더 이어져도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임금삭감, 접대비 삭감,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면 최근에는 중소형사들의 움직임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한금융투자는 30~40명가량의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12월에는 삼성증권이 1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올해 1월 현대증권에서는 임원 11명이 일괄 사직했다.

해외법인 철수와 축소도 잇따랐다.

지난 2월 삼성증권은 홍콩법인 인력을 최대 140명에서 30~40명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삼성증권의 해외법인 실적은 2010년 회계연도 450억원 적자, 2011년 회계연도에는 600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은 홍콩법인 인력을 20명 축소했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던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증가가 둔화하면 비용 절감이라도 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토러스투자증권은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3곳이었던 지점을 없애고 영업점 1곳만을 남겼다.

다음 달부터는 임원임금을 30%씩, 직원 임금을 10%씩 각각 삭감한다.

인력을 20명가량 줄이고 임금도 대폭 절감하면서 위기국면을 타개해보려는 고육책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행사비 등을 20% 감축했다.

SK증권, IBK투자증권 등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들 역시 지점을 줄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용절감은 리서치센터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이번 회계연도 들어 애널리스트 전원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동결된 임금을 받고 있지만, 재계약 이야기는 입 밖에도 못 꺼내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사장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 대형사들은 버틸만하지만, 중소형사들의 어려움은 생각 이상이다.

인건비 등 관리비용이 전체 비용의 50~60% 가량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임금삭감이나 인력 구조조정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거세게 나올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저성장 국면 한국경제 "새로운 수익원 창출해야"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소매영업에 의존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매영업 이외의 다른 수익원이 마땅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증권사 간 경쟁만 촉발해 오히려 현재의 세계 위기 국면에서 수익성만 훼손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경쟁이 심화하면 산업의 수익성이 훼손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 또는 구조개혁에 성공한 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정책당국이 의도하는 경쟁력 제고를 이루기 위한 구조개혁이 나타나기 전에 수익성이 훼손되는 단계가 먼저 진행되고 있다"면서 "정책에 따라 자본을 확충했으나 아직 새로운 비즈니스가 열리지 못해 수익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하향하고 있는 현재의 과정은 정책적 의도의 한 맥락이라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현재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은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면서 "19대 국회에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업계의 동력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거래대금이 줄어든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고 그래서 상승기대감이 접히니 거래대금이 적어지고 변동성만 노리려는 시장 분위기는 만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중소형사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변명섭 기자 yulsid@yna.co.krmsb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