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발레 '포이즈', 미니멀한 의상·무대·몸짓에 관객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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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국립발레단이 창작 발레의 새 장을 연 ‘포이즈(Poise)’는 창단 50주년 기념작이다. 국립발레단은 1988년 ‘왕자호동’ 이후 전통 소재의 발레를 몇 차례 선보였지만 해외 무대를 겨냥한 이미지 중심의 모던 발레를 만들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4회 공연한 ‘포이즈’는 평균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했다. 순수 창작인 데다 초연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국립발레단에 모던 레퍼토리는 오랜 숙제였다. 지난 2~3년간 국립발레단은 국내 정기 공연의 연간 유료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돌았고 해외 주요 극장에 수많은 초청 공연을 다녔다.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 레퍼토리는 세계적인 발레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한 실력으로 소화했다. 그러나 ‘해외에 내놓을 동시대의 예술은 어디 있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포이즈’는 이런 오랜 질문에 대한 답변 격이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의 연출과 현대무용계의 창작 엔진이라 불리는 안무가 안성수 씨가 협업하면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소한의 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 무대와 조명은 시선을 집중시켰고, 정구호 특유의 미니멀한 의상은 국립발레단원들의 아름다운 몸동작을 더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균형을 뜻하는 ‘포이즈’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의 집합인 ‘점’으로부터 시작했다. 바닥부터 천장 끝까지 이어진 흰 패널들은 압도적인 높이로 순백의 무대를 장식했다. 수직이 강조된 무대를 수평으로 분할하는 조명은 단연 돋보였다.
25명의 무용수는 5개의 선, 25개의 면, 50개의 점과 어울려 춤을 췄다. 2쌍의 남녀가 서정적인 2인무를 시작하자 쓸쓸한 겨울 바람을 연상시키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콘체르토가 흘러나왔다. 붉게 물든 무대 뒷면에 한 줄씩 흰색 수평선이 드러나더니 오선지를 연상시키는 다섯 개의 선으로 확장됐다. 권위적인 점프 동작과 우스꽝스러운 춤이 대조를 이루면서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나타냈다. 공중에 매달린 25개의 붉은 패널이 열을 맞춰 위아래로 움직이자 무대 전체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2막에서는 가장 큰 관심사였던 원형의 회전무대가 빛을 발했다.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무용수들은 한 명씩 무대의 양 옆에서 등장해 회전무대를 둘러쌌다. 무대가 돌자 패션쇼의 런웨이가 연상됐다. 곧장 이어진 ‘혼돈의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고난도 춤을 소화하기에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템포는 너무 빠른 감이 있었다. 군무 동작에서 몇 번의 실수도 아쉬웠지만 장면 전환 때 흘러나온 바흐의 음악은 무대를 차분히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포이즈’는 균형과 불균형의 만남,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주제를 짜임새있게 보여줬다. 모던과 클래식의 균형, 지난 50년과 다가올 50년의 균형을 맞춰가겠다는 국립발레단의 다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4회 공연한 ‘포이즈’는 평균 객석 점유율 83%를 기록했다. 순수 창작인 데다 초연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국립발레단에 모던 레퍼토리는 오랜 숙제였다. 지난 2~3년간 국립발레단은 국내 정기 공연의 연간 유료 객석 점유율이 80%를 웃돌았고 해외 주요 극장에 수많은 초청 공연을 다녔다.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 레퍼토리는 세계적인 발레단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탄탄한 실력으로 소화했다. 그러나 ‘해외에 내놓을 동시대의 예술은 어디 있냐’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포이즈’는 이런 오랜 질문에 대한 답변 격이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의 연출과 현대무용계의 창작 엔진이라 불리는 안무가 안성수 씨가 협업하면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소한의 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 무대와 조명은 시선을 집중시켰고, 정구호 특유의 미니멀한 의상은 국립발레단원들의 아름다운 몸동작을 더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균형을 뜻하는 ‘포이즈’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의 집합인 ‘점’으로부터 시작했다. 바닥부터 천장 끝까지 이어진 흰 패널들은 압도적인 높이로 순백의 무대를 장식했다. 수직이 강조된 무대를 수평으로 분할하는 조명은 단연 돋보였다.
25명의 무용수는 5개의 선, 25개의 면, 50개의 점과 어울려 춤을 췄다. 2쌍의 남녀가 서정적인 2인무를 시작하자 쓸쓸한 겨울 바람을 연상시키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콘체르토가 흘러나왔다. 붉게 물든 무대 뒷면에 한 줄씩 흰색 수평선이 드러나더니 오선지를 연상시키는 다섯 개의 선으로 확장됐다. 권위적인 점프 동작과 우스꽝스러운 춤이 대조를 이루면서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나타냈다. 공중에 매달린 25개의 붉은 패널이 열을 맞춰 위아래로 움직이자 무대 전체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2막에서는 가장 큰 관심사였던 원형의 회전무대가 빛을 발했다.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무용수들은 한 명씩 무대의 양 옆에서 등장해 회전무대를 둘러쌌다. 무대가 돌자 패션쇼의 런웨이가 연상됐다. 곧장 이어진 ‘혼돈의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고난도 춤을 소화하기에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템포는 너무 빠른 감이 있었다. 군무 동작에서 몇 번의 실수도 아쉬웠지만 장면 전환 때 흘러나온 바흐의 음악은 무대를 차분히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포이즈’는 균형과 불균형의 만남,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주제를 짜임새있게 보여줬다. 모던과 클래식의 균형, 지난 50년과 다가올 50년의 균형을 맞춰가겠다는 국립발레단의 다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