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표영호, 주식 연수익률 3300%로 돈 벌어 뭐하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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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 잠깐만. 좀 적을께요." "아 그래요? 바로 제가 알아봐 드릴께요."
이런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는 처음이었다. 기자가 하는 얘기를 받아적고 무심코 흘린 말을 실행으로 즉시 옮겨버렸다. 개그맨 겸 MC이자 이제는 굿마이크의 대표인 표영호(45·사진)씨가 주인공이다.
표 씨와의 인터뷰는 '의외'의 연속이었다. 만난 장소는 서울 대조동의 <마당두들>이란 식당이었다. '그래도 연예인인데…'라며 강남이나 여의도의 고급 식당을 예상했지만 연신내 인근의 해산물 전문식당이었다. 칸막이도 없는 식당에서 표 씨는 골뱅이를 통째로 능숙하게 발라 먹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손님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사인도 정성스럽게 해줬다. 격식도 가식도 없는 인터뷰는 그렇게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즘 강연 기획 전문업체인 굿마이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작한 지도 1년이 다 됐네요. 회사에서 방금 전까지도 강연 기획을 짜다 나왔습니다."
표 씨는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골프 프로그램을 비롯해 의학, 상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8년 넘게 진행을 하고 있다. 또 개그맨 이경규를 비롯해 유재석 김용만 김국진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이 정도의 탁월한 진행 솜씨와 인맥이라면 공중파TV에서 꽤 비중있는 자리에 욕심이 나지 않을까?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전 작년까지 5년간 인생을 날로 살았습니다. 매일 매일 케이블TV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었죠. 얼마나 주식에 빠져 있었는지 몰라요. 코스닥 종목까진 무리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의 차트를 그릴 수 있어요. 주가 흐름, 뭐하는 회사인지 최신 뉴스 등을 통째로 외워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종종 강의를 듣곤 했는데, 어느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표 씨는 2009년 1000만 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년 만에 1억 원을 만들어 9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1억 원으로 2011년까지 10억 원을 벌어 900%의 수익률을 또 거뒀다. 3년간 투자 수익률이 9900%에 달했다. 이를 연 단위로 나누면 3300%의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선물 옵션에 투자해 5억 원을 날려 사업 시작 전 그가 손에 쥔 돈은 5억 원이었다. 이 5억 원은 현재 굿마이크의 창업 자금이 됐다.
"김문훈 포도원 교회 목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김 목사가 집집마다 안수기도를 다니며 느낀 점을 말해줬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집안이더라도 어느 집이건 문제가 있더라는 거예요. 다만 배우자 중 누구든 한 명이 정신차리고 집안을 지키면 자녀건 가정이건 언제고 회복됐다고 얘기했죠. 문제가 없는 집안은 없고 자신이라도 참고 견디고 이해하라는 말씀이셨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표 씨는 김 목사의 얘기에 '긍정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직접 투자는 물론 지인들에게 '주신'(株神)으로 불리며 선심쓰듯 종목을 찍어줬던 일도 그만뒀다. 그렇게 수중의 5억 원으로 험난한 창업이 시작됐다.
주신이었던 표 씨지만 월말이면 월급 걱정을 하게 된 초보 CEO가 된 것이다. 그동안 마포에서 닭발집을 비롯해 강남의 고깃집, 홍대의 북카페 등의 사업에도 손을 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자고 시작한 까닭에 대행 수수료를 낮게 매겼다.
"모든 사업의 시작은 사람이더라구요. 창업하고 1년 동안 강연자들 섭외와 직원들 뽑는데 매달렸습니다. 강연자 데이터베이스(DB)가 3000 명 정도 쌓여 걱정은 덜었지만 월말에 직원들 월급 주려면 제가 직접 강의를 뛰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하하."
하루에 3명 씩만 섭외해도 얼추 1000명인데 3000 명의 DB라니 믿기지 않았다. 표 씨는 그 비결로 '예의'를 꼽았다. 섭외가 안되거나 강연자가 협조를 잘 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예의를 갖추고 진심으로 대했다는 것. 다만 강연의 진행 수수료율이 10% 안팎이다보니 마진이 적다고 토로했다. 회사 조직이 어느정도 정비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의 대규모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표 씨는 '좋은 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강의 콘서트'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강연에선 강연자와 청중간 얼마만큼 소통이 되는가가 중요합니다. 강연시간, 적절한 강연자의 섭외 등이 포인트죠. 최근 다녀왔던 새마을금고 강연이 그랬어요. 나른한 오후 시간에 강의를 시작했는데 가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호응이 있었습니다. 자는 사람은 커녕 나중에는 모두 일어나서 박수로 순서를 마칠 정도 였으니까요."
그는 청중의 중요성을 조찬 강연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모 호텔에서 나이 좀 있으신 CEO 분들이 모인 가운데 조찬 강연을 했습니다. 이 분들이 강연을 듣는다고 자청했다는 사실로도 존경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제 얘기를 메모까지 하면서 들으시는거예요. '가질 거 다 가지신 분들이 이제 나한테까지 빼먹는구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열성이셨습니다." 표 씨는 강연 사업의 걸림돌로 유명인을 꼽기도 했다. 최근 강연 문화가 퍼지면서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강연에 많이 나서게 됐다. 그렇지만 과도한 강연료를 요구해 저변 확대 보다는 강연료의 상향 평준화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고액의 강연료를 지불했음에도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주최 측은 섭외회사에 불만을 털어놓는다는 것. 때문에 표 씨는 주최 측에서 유명인을 요구해도 행사의 성격이나 규모에 맞도록 강연자를 섭외하도록 설득하는 편이 낫다고 귀띔했다.
"미국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강연을 하고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잖아요. 그만큼 돈도 많이 벌구요. 저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세계에서 감동을 주는 강연자가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문화 한류도 있지만 '강연 한류'도 안될 것 없잖아요. 철학을 가진 명사들이 강연할 수 있도록 발굴하고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4시간의 인터뷰 끝에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그의 꿈이었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개그맨 표영호로서가 아닌 숨은 조력자를 자청하는 CEO 표영호가 눈에 들어왔다. 표 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먼저 자리를 뜨긴 커녕 기자의 택시까지 잡아주고 대로변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한사코마다 하는대도 말이다. 정말 이런 인터뷰이 다시봐도 처음이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이런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는 처음이었다. 기자가 하는 얘기를 받아적고 무심코 흘린 말을 실행으로 즉시 옮겨버렸다. 개그맨 겸 MC이자 이제는 굿마이크의 대표인 표영호(45·사진)씨가 주인공이다.
표 씨와의 인터뷰는 '의외'의 연속이었다. 만난 장소는 서울 대조동의 <마당두들>이란 식당이었다. '그래도 연예인인데…'라며 강남이나 여의도의 고급 식당을 예상했지만 연신내 인근의 해산물 전문식당이었다. 칸막이도 없는 식당에서 표 씨는 골뱅이를 통째로 능숙하게 발라 먹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손님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사인도 정성스럽게 해줬다. 격식도 가식도 없는 인터뷰는 그렇게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즘 강연 기획 전문업체인 굿마이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시작한 지도 1년이 다 됐네요. 회사에서 방금 전까지도 강연 기획을 짜다 나왔습니다."
표 씨는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골프 프로그램을 비롯해 의학, 상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8년 넘게 진행을 하고 있다. 또 개그맨 이경규를 비롯해 유재석 김용만 김국진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다. 이 정도의 탁월한 진행 솜씨와 인맥이라면 공중파TV에서 꽤 비중있는 자리에 욕심이 나지 않을까?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전 작년까지 5년간 인생을 날로 살았습니다. 매일 매일 케이블TV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었죠. 얼마나 주식에 빠져 있었는지 몰라요. 코스닥 종목까진 무리지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의 차트를 그릴 수 있어요. 주가 흐름, 뭐하는 회사인지 최신 뉴스 등을 통째로 외워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종종 강의를 듣곤 했는데, 어느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표 씨는 2009년 1000만 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년 만에 1억 원을 만들어 9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1억 원으로 2011년까지 10억 원을 벌어 900%의 수익률을 또 거뒀다. 3년간 투자 수익률이 9900%에 달했다. 이를 연 단위로 나누면 3300%의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선물 옵션에 투자해 5억 원을 날려 사업 시작 전 그가 손에 쥔 돈은 5억 원이었다. 이 5억 원은 현재 굿마이크의 창업 자금이 됐다.
"김문훈 포도원 교회 목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김 목사가 집집마다 안수기도를 다니며 느낀 점을 말해줬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집안이더라도 어느 집이건 문제가 있더라는 거예요. 다만 배우자 중 누구든 한 명이 정신차리고 집안을 지키면 자녀건 가정이건 언제고 회복됐다고 얘기했죠. 문제가 없는 집안은 없고 자신이라도 참고 견디고 이해하라는 말씀이셨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표 씨는 김 목사의 얘기에 '긍정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직접 투자는 물론 지인들에게 '주신'(株神)으로 불리며 선심쓰듯 종목을 찍어줬던 일도 그만뒀다. 그렇게 수중의 5억 원으로 험난한 창업이 시작됐다.
주신이었던 표 씨지만 월말이면 월급 걱정을 하게 된 초보 CEO가 된 것이다. 그동안 마포에서 닭발집을 비롯해 강남의 고깃집, 홍대의 북카페 등의 사업에도 손을 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자고 시작한 까닭에 대행 수수료를 낮게 매겼다.
"모든 사업의 시작은 사람이더라구요. 창업하고 1년 동안 강연자들 섭외와 직원들 뽑는데 매달렸습니다. 강연자 데이터베이스(DB)가 3000 명 정도 쌓여 걱정은 덜었지만 월말에 직원들 월급 주려면 제가 직접 강의를 뛰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하하."
하루에 3명 씩만 섭외해도 얼추 1000명인데 3000 명의 DB라니 믿기지 않았다. 표 씨는 그 비결로 '예의'를 꼽았다. 섭외가 안되거나 강연자가 협조를 잘 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예의를 갖추고 진심으로 대했다는 것. 다만 강연의 진행 수수료율이 10% 안팎이다보니 마진이 적다고 토로했다. 회사 조직이 어느정도 정비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의 대규모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의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표 씨는 '좋은 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강의 콘서트'라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강연에선 강연자와 청중간 얼마만큼 소통이 되는가가 중요합니다. 강연시간, 적절한 강연자의 섭외 등이 포인트죠. 최근 다녀왔던 새마을금고 강연이 그랬어요. 나른한 오후 시간에 강의를 시작했는데 가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호응이 있었습니다. 자는 사람은 커녕 나중에는 모두 일어나서 박수로 순서를 마칠 정도 였으니까요."
그는 청중의 중요성을 조찬 강연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모 호텔에서 나이 좀 있으신 CEO 분들이 모인 가운데 조찬 강연을 했습니다. 이 분들이 강연을 듣는다고 자청했다는 사실로도 존경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제 얘기를 메모까지 하면서 들으시는거예요. '가질 거 다 가지신 분들이 이제 나한테까지 빼먹는구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열성이셨습니다." 표 씨는 강연 사업의 걸림돌로 유명인을 꼽기도 했다. 최근 강연 문화가 퍼지면서 연예인이나 유명인들도 강연에 많이 나서게 됐다. 그렇지만 과도한 강연료를 요구해 저변 확대 보다는 강연료의 상향 평준화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고액의 강연료를 지불했음에도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주최 측은 섭외회사에 불만을 털어놓는다는 것. 때문에 표 씨는 주최 측에서 유명인을 요구해도 행사의 성격이나 규모에 맞도록 강연자를 섭외하도록 설득하는 편이 낫다고 귀띔했다.
"미국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강연을 하고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잖아요. 그만큼 돈도 많이 벌구요. 저도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세계에서 감동을 주는 강연자가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문화 한류도 있지만 '강연 한류'도 안될 것 없잖아요. 철학을 가진 명사들이 강연할 수 있도록 발굴하고 기획해보고 싶습니다."
4시간의 인터뷰 끝에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그의 꿈이었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개그맨 표영호로서가 아닌 숨은 조력자를 자청하는 CEO 표영호가 눈에 들어왔다. 표 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먼저 자리를 뜨긴 커녕 기자의 택시까지 잡아주고 대로변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한사코마다 하는대도 말이다. 정말 이런 인터뷰이 다시봐도 처음이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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