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합작기업 성공사례입니다.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유한킴벌리가 나락으로 떨어질까 우려됩니다.”(유한양행)

“유한양행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걸 알고 당황했습니다.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킴벌리클라크)

42년 동안 공동 경영해온 유한킴벌리의 이사 선임 비율을 놓고 법원에서 격돌한 유한양행과 세계적 제지업체 킴벌리클라크는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1970년 6 대 4(유한양행)로 투자해 유한킴벌리를 세우면서 이사 선임권을 4 대 3으로 나눠가졌으나 킴벌리가 “1998년 지분율이 7 대 3으로 변경됐으니 이사 선임권도 5 대 2로 바꾸자”고 주장하자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두 기업은 법정싸움을 하게 됐다.

▶본지 6월26일자 A1면 참조

문제는 양측에 주장은 있되 뒷받침할 ‘물증’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1998년 지분율 변경 후에도 14년 동안 이사 선임 비율을 그대로 유지해온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합의서는 없다고 밝혔다. 킴벌리도 “합작투자 합의 당시 지분율에 따라 선임하는 이사 수를 정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간에 지분율이 바뀌면 이사 선임 권한도 변동시키기로 합의한 적은 없다고 변론했다.

유한양행은 “사법적 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아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됐다”고 호소했지만 킴벌리는 “유한양행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유한킴벌리의 신인도가 하락했다”고 반발했다. 킴벌리는 또 “유한양행이 선임을 요구하는 최병선 전 부사장은 2010년 이미 우리가 거절해 끝난 인사인데, 지금 다시 거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양쪽이 팽팽하게 대립하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의 성낙송 수석부장판사는 화해를 유도하면서 다음달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연기하고 타협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나 킴벌리 측은 “유한양행이 해임을 요구해 지위가 불안정해진 최 대표의 입지를 (임시주총에서) 정리해 조속히 경영 정상화를 시키는 게 중요하다. 유한양행과의 대화나 화해는 이번 가처분과 상관없이 양측이 노력해야 할 문제”라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타협하려면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고, 타협으로 경영이 정상화해야 한다”며 타협의지를 내보이면서도 “지분율대로 이사 선임권을 갖자는 킴벌리의 주장은 유한양행을 노골적으로 경시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양측에 다음달 3일인 임시주총 하루 전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유한킴벌리의 양대 주주 사이 분쟁에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전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