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6월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시작으로 국내 온라인몰이 본격 등장한 지 16년. 하지만 온라인몰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조금이라도 싼 곳에 소비자가 몰리는 온라인몰의 특성 때문이다. 10여년간 관련 법령과 안전장치를 많이 강화했지만,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노린 악성 사기수법 또한 진화하고 있다.

◆상품권 할인판매 주의

최근 온라인몰 사기 사건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품목은 ‘종이 상품권’이다. 주유소나 백화점 상품권을 20~30% 싸게 파는 대신 수개월에 걸쳐 나눠서 발송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처음 한두 번은 정상 배송해주다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사례가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품권이 아닌 유명 주유소나 유통업체 상품권에 이 정도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다. 대형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티켓몬스터(티몬) 등이 홍보 차원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싸게 내놓은 적이 있지만 할인율은 10%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율이 20%를 넘어간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어서 정상적인 경로로 조달한 물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기 쇼핑몰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상품권 거래 때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점을 알리면서 무통장 입금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기를 칠 목적이 없었더라도 상품권 할인 판매를 남발하는 온라인몰은 자금 사정이 열악한 부실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뛰는 네티즌 위에 나는 사기꾼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권위’와 ‘신뢰’를 빌리는 사기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에스크로(escrow) 사이트로 위장한 신종 인터넷몰 사기가 처음 적발됐다. 에스크로는 소비자가 결제한 돈을 예치해 두는 제3의 계좌로, 상품을 받은 후 그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거래 안전장치다.

지난 12일 경찰에 구속된 원모씨(26)는 올 4~5월 중고물품 거래 게시판에 명품 의류, 고급 시계 등 가짜 매물을 무더기로 올렸다. 원씨는 구매하겠다고 연락해온 사람들에게 “안전거래 사이트에서 거래하자”며 ‘유니캡’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돈을 보내 달라고 유도했다. 그러나 유니캡은 올 3월 출소한 전과 30범인 원씨가 만든 가짜 에스크로 사이트였다. 100여명이 유니캡을 안심거래 사이트라고 믿고 5000만원을 송금했다. 경찰 관계자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공신력 있는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자등록번호 조회도 ‘무용지물’

작심하고 ‘바지 사장’을 내세워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신고번호 등을 허위 등록하는 사기 쇼핑몰도 많아졌다. 경찰이 26일부터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수사에 나선 운동화 쇼핑몰 ‘키드몰’은 초기화면에 적힌 사업자 정보가 모두 실제 운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당국이 적발한 운동화 쇼핑몰 ‘발가락멀티’, 가전제품 쇼핑몰 ‘모닝프라자’, 휴대폰 쇼핑몰 ‘젤싸다닷컴’ 등도 한결같이 허위 명의였다.

사기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는 가운데 한쪽에선 정반대로 10여년 전에나 통했던 원초적(?) 사기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에는 “중고 갤럭시S2를 30만원에 직거래했는데 택배상자에 두루마리 휴지와 물티슈만 가득했다” “중고 MCM 크로스백 값으로 16만원을 보냈는데 헌 슬리퍼 한짝만 왔다” 등의 황당한 피해 사례들이 ‘인증샷’과 함께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2006년부터 더 치트가 접수한 누적 피해액은 293억원을 넘는다.

임현우/김우섭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