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부인 살해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28일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원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던 남편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여지가 생겼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만삭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씨(32)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백씨가 부인을 목졸라 살해했다는 근거가 확실치 않다”며 “부인이 질식사하긴 했지만 , 사망 당시 부인이 특이한 자세로 발견된 점을 볼때 부인이 자세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또 “백씨의 몸에서 발견된 할퀸 상처를 부인이 반항하다 입힌 것으로 보기에는, 부인의 손톱에서 백씨의 혈흔이 검출되지 않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백씨가 시험 불합격 가능성 때문에 예민해진 상태에서 부인과 다투다 살해에 이르렀다는 점도 충분한 살인동기라 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판단했다.

백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출산을 한 달 앞둔 부인 박모씨(당시 29세)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과 2심은 백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백씨는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