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상국 중사 부인 김한나 씨
"이런 일 다시 없으리란 법 없어..대응ㆍ보훈 체계적 매뉴얼 만들어야"

"과연 내 남편이 목숨 바쳐 지킬만한 대한민국이었나..지난 10년은 '한의 세월'이었죠."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중사 부인 김한나(38) 씨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0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만 마음의 정리를 하자고 다짐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그저 남편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예우를 받았으면 할 뿐"이라고 말했다.

2002년 6월29일 당시 하사였던 한 중사는 북한 경비정과 전투를 벌이다 참수리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고 41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씨는 "남편은 적과 싸우다 전사했는데 화랑 무공훈장을 받았다"면서 "무공훈장 서훈의 격을 높여 제대로 예우를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 중사는 진급 이틀을 앞두고 교전이 발생하면서 '실종자'로 처리돼 진급이 취소됐고, 추후에 당초 진급 예정 계급이었던 중사로 추서됐다.

김 씨는 "남편의 경우는 진급 예정자는 그대로 승진시켰던 천안함 희생자의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가가 한 번 정한 훈장 서훈을 변경하기란 어렵다"면서 "연평해전 당시 유가족들과 협의 하에 전사자의 사망날짜를 6월29일로 통일한 것이기 때문에 진급 예정자라 해도 당시 계급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고, 이제 와서 이를 번복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당시 전사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에 실망해 2005년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3년만에 귀국한 바 있다. 좋지 않은 일로 유명세를 치르는 데 지쳐 최근에는 연락처를 바꿨고 개명도 했다. '한나'는 그의 새 이름이다.

그는 최근 다른 전사자 유족들과 함께 당시 김동신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 12명을 상대로 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통신 감청 등을 통해 북한군의 특이 징후를 포착했으면서 대비태세를 소홀히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2003년 처음 이 사실을 접했지만 그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면서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슈화되면서 도와주겠다는 분이 나타나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면서 "전사자는 물론 살아계신 분에 대해서도 명예회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는 29일에는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참석하길 김 씨는 바란다.

2008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요청을 담은 공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남미 순방 중 6ㆍ25 참전 용사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국내 희생자들도 통수권자가 직접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복무 중 남편을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군에 대한 김 씨의 애정은 각별했다.

김 씨는 "군 복무 중인 사람이 내 가족일 수 있고 군에 가족을 보내는 심정은 누구나 똑같다"면서 "나라를 의해 복무하는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고마움을 느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비극이 다시 없으리란 법 없다"면서 "군사적인 대응 매뉴얼은 물론, 유족을 어떻게 대할지 장례나 보상은 어떻게 할지 보훈과 관련해서도 정부에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