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악역 '신 스틸러'의 착한 연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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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주연 윤제문 씨
‘진정한 스타는 열일곱 살 이전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잡는 배우다.’
퓰리처상을 받은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이 기준에 배우 윤제문 씨(42)는 해당하지 않는다. 16년간 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해 출연한 방송드라마 ‘마이더스’와 올 초 ‘뿌리깊은 나무’부터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나는 공무원이다’(감독 구자홍)는 그가 대중을 상대로 사실상 첫 주역을 해낸 영화다. 여기서 그는 홍대앞 인디밴드 젊은이들과 만나면서 삶이 바뀌는 마포구청 공무원 한대희 역을 맡았다. 27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윤씨를 만났다.
“두 딸(중3, 중1학년)이 시사회에 다녀와서 흐뭇한 표정으로 웃더군요. 재미있었다면서요. 큰 웃음이 아니라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극중 한대희는 ‘흥분하면 지는 거다’를 신조로 산다. 행정에 대한 불만을 품은 구민들이 격하게 항의할 때도 “작게 말씀하셔도 잘 들립니다”라며 차분하게 응대한다. 이런 모습이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대희란 인물을 시나리오에서 처음 접했을 때 좀 이상했어요. 결혼을 안 했어도 삶에 만족하니까요. 일상에서는 절대 흥분하지 않고요. ‘그런 인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가 차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였죠.”
그는 주인공으로 촬영장에 나서니 예전과 확 다른 느낌이었다고 했다. “주연을 맡아보니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크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지난해 초 강원도 눈밭에서 촬영을 시작했을 때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폭설이 내린 뒤 공무원들이 눈 치우기에 동원된 장면을 찍던 날이었다.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 최소 인원이 강릉으로 달려갔어요. 한대희가 밴드 경연 현장으로 가기 위해 길거리에서 눈을 정신없이 치우는 장면을 담아야 했거든요. 땀까지 흐르더라고요. 그날 밤 완전히 녹초가 됐죠.”
한대희 역은 아마도 그가 해낸 가장 ‘착한’ 배역일 것 같다.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면 무조건 출연하다보니 ‘악역’을 주로 했다.
“‘비열한 거리’ ‘열혈남아’ ‘우아한 세계’ 등 세 작품에서 연달아 건달 역을 맡다보니 어느 순간 ‘악역 전문배우’로 불리더군요.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에 한동안 건달 역은 피했어요.”
그러나 그는 명품 조역으로 ‘신 스틸러’란 별명을 얻었다. 말 그대로 장면을 훔칠 정도의 빼어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덕분이다. 그는 1995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극에 입문해 이듬해 연희단거리패 3기 워크숍 작품으로 무대에 처음 섰다. “돌이켜보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좋고 나쁜 배역을 가리기보다는 무슨 역할을 맡든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게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퓰리처상을 받은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이 기준에 배우 윤제문 씨(42)는 해당하지 않는다. 16년간 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해 출연한 방송드라마 ‘마이더스’와 올 초 ‘뿌리깊은 나무’부터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나는 공무원이다’(감독 구자홍)는 그가 대중을 상대로 사실상 첫 주역을 해낸 영화다. 여기서 그는 홍대앞 인디밴드 젊은이들과 만나면서 삶이 바뀌는 마포구청 공무원 한대희 역을 맡았다. 27일 서울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윤씨를 만났다.
“두 딸(중3, 중1학년)이 시사회에 다녀와서 흐뭇한 표정으로 웃더군요. 재미있었다면서요. 큰 웃음이 아니라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극중 한대희는 ‘흥분하면 지는 거다’를 신조로 산다. 행정에 대한 불만을 품은 구민들이 격하게 항의할 때도 “작게 말씀하셔도 잘 들립니다”라며 차분하게 응대한다. 이런 모습이 웃음을 이끌어낸다.
“한대희란 인물을 시나리오에서 처음 접했을 때 좀 이상했어요. 결혼을 안 했어도 삶에 만족하니까요. 일상에서는 절대 흥분하지 않고요. ‘그런 인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가 차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였죠.”
그는 주인공으로 촬영장에 나서니 예전과 확 다른 느낌이었다고 했다. “주연을 맡아보니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크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지난해 초 강원도 눈밭에서 촬영을 시작했을 때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폭설이 내린 뒤 공무원들이 눈 치우기에 동원된 장면을 찍던 날이었다.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은 뒤 최소 인원이 강릉으로 달려갔어요. 한대희가 밴드 경연 현장으로 가기 위해 길거리에서 눈을 정신없이 치우는 장면을 담아야 했거든요. 땀까지 흐르더라고요. 그날 밤 완전히 녹초가 됐죠.”
한대희 역은 아마도 그가 해낸 가장 ‘착한’ 배역일 것 같다.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면 무조건 출연하다보니 ‘악역’을 주로 했다.
“‘비열한 거리’ ‘열혈남아’ ‘우아한 세계’ 등 세 작품에서 연달아 건달 역을 맡다보니 어느 순간 ‘악역 전문배우’로 불리더군요.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에 한동안 건달 역은 피했어요.”
그러나 그는 명품 조역으로 ‘신 스틸러’란 별명을 얻었다. 말 그대로 장면을 훔칠 정도의 빼어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덕분이다. 그는 1995년 극단 산울림에서 연극에 입문해 이듬해 연희단거리패 3기 워크숍 작품으로 무대에 처음 섰다. “돌이켜보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좋고 나쁜 배역을 가리기보다는 무슨 역할을 맡든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게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