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공은 인재에 달려 있다. 어떤 인재를 유치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할까. 대부분의 기업들은 속된 말로 ‘스펙’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한다. 스펙은 재능 또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생각하고, 능력이 우수한 인재가 많아야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능이야말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열쇠요, 비밀병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런 인재전쟁을 ‘미국 기업들이 재능에 사로잡혀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재능 마인드세트’가 경영계의 새로운 현상이라고까지 말한다.

재능 있는 인재들만 모아 놓으면 최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당연히 다른 기업들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스탠퍼드대의 캐롤 드웩 교수는 엔론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엔론은 머리가 특출한 많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들였다. 인재들 대부분이 환상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좋은 학위를 갖고 있었다. 그 뛰어난 인재들은 2001년 엔론에 파산을 가져다줬다.

엔론은 누군가 천재로 불리는 사람의 결정이라면 그것이 수억달러의 손실을 가져오더라도 받아들였다.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재능에 대한 맹신은 직원들의 행동방식을 잘못 이끌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남들에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보여지는데 전력을 다했다. 업무 성과보다도 특별한 재능이 중요했던 것이다.

직원들의 재능을 중시하는 문화가 왜 문제가 될까. 홍콩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콩대의 학생들은 모든 학교 활동을 영어로 한다. 학교에서는 이를 위해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강좌를 개설하고 있지만, 이 강좌들은 별로 인기가 없다. 왜 그럴까. 영어로 생활하는 학교이니 부족한 영어를 보충하려는 학생이 많지 않을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강의를 듣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불편을 감수하는 편을 선택했다.

재능을 중시하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재능 없다는 말을 결코 인정하지도 않고, 고치려 들지도 않는다.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탠퍼드대의 앨버트 밴두라 교수가 로버트 우드 교수와 함께 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이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드와 밴드라 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가상의 회사인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일을 맡겼다. 이 임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직원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잘 이끌어야 하며,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나오는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처음의 결정을 계속 수정해야만 했다.

두 교수는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결과를 비교해봤다. A집단의 학생들에게는 그 과제가 그들의 기본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즉 학생들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성과가 더 좋아진다는 뜻이었다. 다른 B집단의 학생들에게는 경영 기술이란 연습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것이며, 지금 주어진 임무가 경영 기술을 연마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알려줬다.

결과적으로 A그룹의 학생들은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들은 실수로 빚어진 낮은 성과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인식하고 고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B그룹의 학생들은 달랐다. 그들은 낮은 성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직시하고 주어지는 피드백을 이용하며 수시로 전략을 바꿔나가는 도전의식을 가졌다. 임무 후반기로 갈수록 그들은 가상 가구공장을 경영하는 일을 점점 더 잘하게 됐다.

이 실험이 경영에 주는 교훈은 성과가 재능 덕분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성취동기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뭔가를 배우려 하지 않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직원들에게 성과란 재능을 얻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임을 분명히 하고, 어떤 실수가 있었고 좋은 점은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피드백해 줘야만 한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