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다섯 번째 구제금융 신청국이 됐다. 재정위기 시발점인 그리스에서는 신임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이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재무장관은 5일 만에 바뀌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 2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25일(현지시간) “EU 관계 당국에 구제금융을 위한 요청서를 제출하겠다는 결정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 EU가 정한 은행 자본 확충 마감 시한을 앞두고 항복 선언을 한 것이다. 유로존 국가 중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웃나라 그리스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키프로스는 자국 은행들이 지니고 있던 대규모 그리스 채권이 부실해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구제금융 규모는 10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 1주일도 안돼 삐걱거리고 있다. 신임 재무장관으로 지명됐던 바실리스 라파노스는 25일 건강상 문제로 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리스 정부는 경제학자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를 신임 재무장관 지명자로 임명했다. 스투르나라스 내정자는 2001년 재무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을 주도했다.

한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산탄데르 BBVA 방키아 등 스페인 3대 은행을 비롯한 2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4계단 내렸다고 발표했다.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는 A3에서 Baa2로 두 계단 강등됐고 BBVA는 투자적격 최하 등급인 Baa3까지 떨어졌다. 방키아는 원래 투자부적격이었지만 더 내려갔다. 나머지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스페인 은행들의 대출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은행들이 자국 국채의 3분의 2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으로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은행권의 악성채권 비율은 8.72%로 199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상황이 악화되면서 위기론은 독일 은행권까지 퍼졌다. 이날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 중 20%는 은행에 돈을 맡기기를 불안해하고 있고, 58%는 예전보다 신뢰 수준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동욱/남윤선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