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값이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밀, 대두 등 주요 곡물가격도 급등세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과 러시아 등지의 가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곡물 가격 급등이 식품가격과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일으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계적 가뭄으로 곡물값 상승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물(인도분) 선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7.2% 오른 부셸당 5.94달러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옥수수값이 부셸당 5.9달러를 넘어선 것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일일 상승률도 약 2년 만에 최고치였다. 옥수수값은 최근 한 달간 약 14% 올랐다.

밀, 대두 등 주요 곡물값도 치솟고 있다. 밀 9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7.8% 오른 부셸당 7.41달러로 장을 마쳤다. 밀값이 부셸당 7.4달러를 넘어선 것은 약 8개월 만이다. 콩 11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6% 오른 부셸당 14.255달러에 마감됐다. 콩값은 장중 한때 부셸당 14.37달러까지 올라 5월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요 곡물값이 치솟는 것은 세계적인 가뭄으로 올해 작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최대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주(州)와 일리노이주(州)의 최근 한 달 강수량은 평년의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예보업체 T-스톰웨더 관계자는 “미국 옥수수 산지 가운데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최근 30일 동안 전년 대비 강수량이 10% 이상 줄어들어 올해 옥수수 작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사료용으로 쓰이는 옥수수값이 급등하면서 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2011~2020 세계 곡물수급 현황’에 따르면 2020년까지 곡물가격은 약 2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곡물 사재기도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까지 콩 6100만t을 수입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곡물을 수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곡물가격 급등세도 중국이 동물 사료용으로 대량의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라보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량의 곡물을 수입한 나라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 2월 초부터 중국에서 돼지고기값은 14% 하락했지만 옥수수 사료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가뭄으로 인한 가격 급등 위험은 있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한 올 6월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제 곡물 생산량은 2.9% 증가한 23억7017만t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까지 세계의 곡물재고율도 전년 대비 0.2%포인트 높은 20.3%로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FT는 “세계적인 가뭄현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곡물가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