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행·배낭여행·영화출연…"힘 빼고 삽니다"
영화 출연, 방송 진행, 대통령 특사, 배낭여행….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금 배지’를 놓친 전직 의원들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천정배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영화배우로 깜짝 출연했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남영동’(감독 정지영)에 카메오(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 특별 출연)로 등장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던 김성식 전 의원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방송을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낙선 후 젊은이들과 직접 소통하려고 방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과 민주당의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 무소속 정태근 전 의원 등과 모임을 꾸려 정치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 당시 폭로를 많이 해 ‘고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강용석 전 의원은 TV조선에서 고발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강 전 의원은 “국회에서 일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많이 다르다”며 “이제는 지지율보다 시청률이 더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1일 대통령 특사로 미얀마와 태국으로 떠났다. 일각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사퇴하면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직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경남 창녕 출신이다. 중학생 때 대구로 이사가기 전까지 창녕에서 살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던 나경원 전 의원은 2013 평창스페셜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스페셜올림픽은 세계 지적장애인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떨어진 뒤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이지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어머니의 입장에서 대회 홍보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같은 당의 원희룡 전 의원은 최근 영국 유학을 떠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가게 된 것이다. 원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불출마를 선언하고 찾아온 재충전 기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총선 당시 공천 탈락에도 불구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당을 결집시켰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미국·캐나다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안경률 조전혁 안형환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새누리당의 배은희 장제원 전 의원 등은 조직을 다지며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박선영 전 선진통일당 의원은 탈북자 지원 운동인 ‘물망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전직 의원들도 많다. 새누리당의 홍사덕 권영세 구상찬 전 의원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돕고 있다. 차명진 임해규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의 캠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캠프에는 진수희 권택기 전 의원이,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캠프에는 정양석 이사철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야권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 1순위로 꼽히면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적지 않은 낙선 인사들은 몸은 멀어졌을지언정 마음은 여전히 여의도에 있다. 최근 여러 낙선 의원들을 만났다는 한 의원은 “한번 정치에 발을 담그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한다”며 “대부분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오려고 다음 국회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