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4일 오후 8시12분 보도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롯데쇼핑을 제치고 하이마트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재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안한 덕분이다. 하이마트는 주당 8만원대 초반을 제안한 반면 롯데쇼핑은 7만원대 후반을 고집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 MBK가 하이마트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오는 29일 실시될 웅진코웨이 본입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MBK, 재입찰서 가격 올려

지난 20일 오후 6시 하이마트 매각 본입찰이 마감되자 대주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롯데쇼핑, MBK, 칼라일 등 3곳뿐.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SK네트웍스가 불참했기 때문이다. 입찰 가격도 실망스러웠다. 유력한 후보였던 롯데쇼핑의 제안가는 주당 7만원대 후반으로 총 1조1000억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MBK와 칼라일은 7만원 안팎을 썼다. 올초만 하더라도 하이마트 대주주들은 주당 12만원씩 총 1조9000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치보다 7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하이마트 대주주들은 22일 정오 롯데, MBK, 칼라일 등 입찰 참여자들에게 이날 자정까지 재입찰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주당 8만1400원 미만으로 팔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8만1400원은 하이마트 대주주들이 하이마트 매각 전 합의한 최저 매각가격이다. MBK는 재입찰에서 인수가격을 8만원대 초반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22일 자정을 넘길 때까지도 재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매각 주관사는 롯데그룹 최고위층이 마지막 순간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롯데는 24일 오후까지 재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웅진코웨이 매각에도 영향 줄 듯

MBK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가격을 지분 100%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9000억원대다. 2007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가격 1조9500억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5년간 하이마트 매출은 1조2000억원(58%), 순이익은 540억원(62%) 늘었다. 인수·합병(M&A)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활용되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따져도 2006년 1430억원에서 2011년 2980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유진그룹이 EBITDA 대비 13.6배 값으로 산 것을 MBK는 5년 후 6배 가격으로 다시 인수한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하이마트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과 선종구 전 회장의 검찰 수사 등으로 MBK가 비교적 싼값에 하이마트를 인수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2009년 오비맥주,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2011년 대한통운 등에 이어 대형 M&A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주인이 나옴에 따라 하이마트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만들게 됐다. 하이마트는 국내 가전유통 시장의 34.9%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1위 업체다. MBK가 하이마트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는 빠지게 됐다. 웅진코웨이 본입찰은 GS리테일, 롯데쇼핑, 중국 캉자그룹 등 3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좌동욱/송태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