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전문점이 한 집 걸러 하나씩 생기고 있다. 예전에 밥을 먹고 숭늉을 마시던 민족이 왜 갑자기 커피에 필이 꽂혔는지 궁금하다. 국내외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사업 리스크가 커졌다.

커피 전문점을 차렸다가 1년 만에 퇴직금 3억~4억원을 날려버린 베이버부머들을 종종 본다. 가수 출신으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굴리는 방미 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 몇 년 만에 귀국해 보니 서울의 커피 전문점이 미국보다 많은 것 같다”며 “상권분석 없이 무작정 했다가는 인테리어 비용만 수억원 날리기에 딱 좋은 게 커피 전문점”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커피 전문점을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의 슈퍼리치’라는 책을 펴낸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신동일 부센터장은 하루 7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커피점 사업에서 성공한 스토리를 소개했다.

성신여대 앞 엉클빈스라는 커피점을 하는 김기훈 사장이다. 그는 채소 장사와 고깃집 프랜차이즈 직원, 학습지 판매 등 산전수전을 겪고 2010년 5월 커피점을 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수제 초콜릿을 합쳐 1500원에 팔았다. ‘커피 두 잔+수제 샌드위치+수제 피자’ 세트 메뉴는 8000원. 유명 프랜차이즈 전문점 커피와 비교해 가격은 절반이면서 맛은 더 뛰어나다고 한다. 김 사장은 커피 원두를 직수입해 직접 로스팅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수제 샌드위치와 피자도 시중 가격의 절반이다.

“맛은 정직합니다. 사업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한 상품의 질과 서비스입니다.”

생산원가를 절반으로 낮춰 반값에 팔면서도 마진은 유명 프랜차이즈 전문점보다 2배 이상 높게 올리는 김 사장의 말이다.

반면 얄팍한 상술을 쓰다 쪽박을 찬 커피점 사장도 있다. 오피스빌딩 1층에 커피숍을 낸 P씨는 처음엔 저렴한 가격과 상냥한 미소로 손님이 줄을 섰다. 그런데 사장과 싸우고 그만둔 커피점 아르바이트생이 인터넷에 실상을 알리면서 커피숍을 폐업했다. 1회용 커피잔을 씻지 않고 재활용하는 등 위생이 불량하고 식자재도 싸구려였다는 내용이었다.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가격만이 아니라 가격에 포함된 진정성이었던 것이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