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거액의 손실을 은폐하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올림푸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7000억원 이상을 출자해 올림푸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소니는 이번 출자를 통해 올림푸스가 강점을 갖고 있는 내시경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계산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들어가는 패널 생산을 위해 경쟁사인 파나소닉과 제휴하는 문제도 다음주 중 마무리짓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작년 사상 최대 적자를 냈던 소니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 확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소니가 올림푸스에 500억엔(약 7200억원)을 출자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출자가 이뤄지면 소니는 올림푸스 지분을 10%가량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올림푸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소니의 수혈을 받기로 했다.

올림푸스는 1999년부터 주식투자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냈다. 이를 숨기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수대금과 자문료를 부풀려 1000억엔 이상을 빼돌렸다. 작년 10월 내부 고발로 이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올림푸스의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자기자본비율(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은 4.6%로 1년 전(11%)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당장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상황에 몰린 것이다. 마침 올림푸스의 의료기기 사업에 눈독을 들이던 소니가 대규모 출자를 결정했다.

올림푸스는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소니는 자사의 강점인 화상 센서 기술과 올림푸스의 내시경 노하우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벌과의 제휴도 불사

경쟁사인 파나소닉과의 제휴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비해 해상도가 높고 전력 소모량이 적은 OLED TV 패널을 공동으로 생산, 개발기간과 양산시기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소니가 다음주 중 파나소닉과의 기술제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TV 사업에서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 개발한 OLED TV 패널은 각사 브랜드를 달아 따로 출시할 예정이다. 소니는 또 중국 하이신과 대만 AUO와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하이신과는 TV 생산·판매 제휴를, AUO와는 OLED TV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소니가 TV 사업에서 다양한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작년 평판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3.8%와 13.7%의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소니는 10.6%에 그쳐 3위로 처졌고 파나소닉(7.8%) 샤프(6.9%) 도시바(5.1%) 등 다른 일본 전자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TV 사업 부활 없이는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게 소니의 판단이다. 소니는 2004년 이후 8년 연속 TV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그룹 전체의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4567억엔(약 6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