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눈도장' 찍자…유럽 금융계 들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사이드 Story] '유럽 공략 교두보' 국민연금 런던사무소 개소
HSBC·칼라일 회장 등 IB·사모펀드 거물 총출동
재정위기로 값싸게 나온 인프라·부동산 사냥할 듯
HSBC·칼라일 회장 등 IB·사모펀드 거물 총출동
재정위기로 값싸게 나온 인프라·부동산 사냥할 듯
세계 4위의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유럽에 뜨자 글로벌 금융계 거물들이 총집결했다. 국민연금의 두 번째 해외 사무소인 런던 사무소 개소식에 세계적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분야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민연금은 21일(현지시간) 런던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서 전광우 이사장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런던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스티븐 그린 영국 상무부 장관, 더글러스 플린트 HSBC 회장, 디디에 발레 소시에테제네랄 회장, 콜린 그래시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레온 브리턴 UBS 부회장, 존 호리켄 RBS CEO, 토머스 해리스 스탠다드차타드 부회장. 파브리치오 갈로 메릴린치에쿼티글로벌 대표 등이 함께했다. 유럽 금융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앞다퉈 국민연금에 ‘눈도장’을 찍은 것은 국민연금이 가진 자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민연금 자산은 367조원으로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4위다. 기금 규모는 2015년까지 500조원, 2020년까지 1000조원을 각각 넘어설 전망이다. 기금이 늘어나는 만큼 해외에 투자하는 자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 이사장은 “기금 규모가 2020년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어서 글로벌 투자 확대는 수익성 확대와 리스크 분산을 위해 당연하다”며 “특히 유럽은 최근 경제 위기에 따른 우려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투자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국민연금의 투자확대에 대한 기대를 이구동성으로 쏟아냈다. 메이저 전 총리는 “탄탄한 투자와 기금 규모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국민연금을 유치하게 돼 런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린 장관은 “한때 내가 근무했던 회사(HSBC) 건물을 사들인 주인공이 영국에 왔다”며 “영국과 한국의 긴밀한 경제 교류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개소식을 전후해 전 이사장과 개별 면담을 갖고 글로벌 경제동향 및 자금흐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날 문을 연 런던 사무소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투자를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유럽 재정 위기로 값싸게 매물로 나오는 기업과 건물 등을 사들이는 역할도 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노리는 주요 자산은 인프라와 부동산 등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HSBC 영국 본사 건물을 1조5000억원에 매입했으며 2010년에는 인프라 펀드인 GIP 등과 런던 개트윅 공항을 1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유럽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사무소를 열기는 작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연금은 런던 사무소 개설로 서울 런던 뉴욕으로 연결되는 24시간 국제금융동향 현지 모니터링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작년 6월 열린 뉴욕 사무소 개소식에도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개리 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월가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런던=고경봉기자 kildon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