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 없네.” “개념 어디 두고 왔어?”

요즘 젊은이들은 친구가 실없는 소리를 할 때 이렇게 말하며, 마치 개념을 끌어오라는 듯 허공에 손짓을 한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 ‘원빈’ ‘이적’편은 아마도 이런 문화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언젠간 모두 하이브리드를 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조금 먼저 시작하려고요. 멋진 일이잖아요.”

원빈과 이적의 멘트가 끝나면 ‘개념있게 하이브리드를 시작하자- 쏘나타 하이브리드’라는 내레이션으로 광고가 끝난다. ‘개념’과 세상을 선도하는 하이브리드의 결합이 이 광고의 핵심이다.


조금 딱딱할 수도 있지만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하나의 광고에 하나의 표현 기법을 쓸 필요는 없다. 두 가지 기법을 혼합했을 때 더 좋은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하나로 합치는 혼종과 잡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정신’을 광고는 오래 전부터 구현해왔다.

이 광고는 두 가지 기법을 섞어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하이브리드 표현기법을 적용한 셈. 전체적으로는 ‘증언형 기법’이 광고를 끌어간다. 증언형(testimonials)이란 상품을 실제로 써본 사람이 등장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증언하는 것. 이 기법에서는 광고 모델의 호소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잘 알려진 빅 모델이 아니더라도, 연기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믿음이 가는 보통 사람들이 더 효과적이다. 소비자들은 무명 모델의 설익은 연기와 진정어린 증언에 공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광고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 기법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원빈과 이적이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빅 모델이 증언하고 있는 것. 이 광고를 전적으로 증언형 광고라고 하기는 어렵다.

‘유명인 보증형(celebrity endorsement)’이란 각 분야의 스타급 전문가들이 모델로 출연해 광고 상품을 추천하는 기법. 그런데 여기서 유명인이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 이미지를 얻어 유명해진 사람을 뜻한다. 원빈이나 이적이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다. 영화배우와 가수가 등장했기에, 이 광고는 완전한 유명인 보증형 광고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광화문 광장에서 원빈의 시선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적극적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돌리는 것도 유명인 보증형이 아니라는 증거다. 광고 창작자들은 증언형 기법을 의식해서 시선처리를 그렇게 했으리라. 이런 맥락에서 이 광고는 두 기법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광고다. 두 가지 기법을 합쳐 ‘유명인 증언형(celeb-testimonials)’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도 될 듯하다. ‘하이브리드를 시작한 원빈’이라는 광고의 자막처럼, 이미 상품을 써본 빅 모델(원빈)이 증언한다고 해서 안 될 이유는 없다. 박소현, 이정아 씨도 같은 광고 시리즈에 출연해 각각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지금, 쏘나타 하이브리드 광고는 ‘유명인 증언형’이라는 새로운 표현기법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광고 창작자들은 이 광고에서 ‘개념 있는 사람들이 타는 차가 곧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개념있는 사람은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의 다른 표현일 터. 마찬가지로 ‘유명인 증언형’이라는 하이브리드 표현기법도 광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걸맞은 하이브리드 광고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