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사진)는 1974년 6월 출시된 가공우유 시장의 ‘넘버 원 브랜드’다.

바나나맛우유는 가공우유 시장에서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약 1500억원이다. 개수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72만개, 연간 2억6178만개가 팔렸다.

바나나맛우유는 1970년대 정부의 낙농업 육성정책에서 탄생했다. 정부는 우유소비를 적극 장려했지만, 한국인은 체질상 흰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소비가 거의 늘지 않았다. 정부는 우유회사에 신제품 개발을 독려했고, 그 결과 초코맛·딸기맛 우유까지 탄생했지만 큰 반응이 없었다.

빙그레는 ‘바나나를 활용한 우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바나나는 비싸고 귀한 고급 과일이었다. 과즙을 내기 어렵고 가격도 비싼 바나나를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우유 함량을 85%까지 높이고 항아리 모양의 특이한 용기로 넉넉함을 표현한 바나나맛우유는 출시하자마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항아리모양의 디자인에 대해 잡고 마시기에 불편하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용기 소재도 폴리스틸렌을 사용해 바나나의 노란색에 우윳빛이 비치는 반투명으로 제작했다. 미각을 시각화한 것으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바나나맛우유의 매출은 1998년 300억원대에서 2001년 600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1500억원까지 늘어났다. 즐거움과 자신감을 컨셉트로 만든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어 중·고등학생은 물론 과거의 추억을 느끼고 싶어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령대에서 사랑받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국내 유제품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편의점업체 로손의 8000개 점포에 입점했으며,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