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판매하는 애플스토어는 한 달 방문객이 2000만여명으로 디즈니랜드를 능가한다. 애플스토어 인기는 단순히 애플 제품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스토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감성적 인테리어 등이 소비자들을 애플스토어로 끌어들이는 요소다.

애플은 방문객의 정서적 반응과 무의식적 습관까지 고려해 애플스토어를 설계했다. 화장실 표지판을 무슨 색으로 할지를 놓고서만 30분 이상 토론했다고 하니 애플이 얼마나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마케팅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상품과 가격에서 광고를 거쳐 유통매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뇌 과학과 인지심리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행동의 95%가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매장에서 경험하는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애플스토어 사례에서 보듯 선진 기업들은 소비자의 잠재적인 욕구와 무의식, 행동습관까지 고려해 매장을 만든다.

매장 입구는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고객을 선별하는 전략적 기능까지 할 수 있다. 루이비통은 매장 내 고객 수를 제한하고, 일정 인원을 초과한 고객이 몰리면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도록 한다. 1차적으로는 매장 안에 있는 고객이 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쇼핑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온화한 성격을 가진 고객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려는 의도도 있다.

고객 동선을 고려한 매장 배치도 필수다. 대형마트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 대다수가 오른손잡이여서 오른손에 힘을 주어 카트를 밀고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돌게 되기 때문이다. 매장 전체를 놓고 보면 시계 반대 방향의 거대한 순환 패턴이 발생한다. 고객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각 상품 코너를 구성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진열 공간은 고객의 촉각과 미각을 최대한 자극해 상품 체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도록 꾸며야 한다. 진열대 중 돌출하거나 함몰된 부분을 만들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직접 만져보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수건 한 장이 판매되기까지 평균 6명이 만져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차장과 화장실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매장의 마지막 인상을 결정하는 곳이다. 주차장이 편리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은 고객과, 정반대로 느낀 고객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갖는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존에는 유통 매장을 설계할 때 고객의 이성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심이 됐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그 이상의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불편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의 감성적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의식과 행동습관까지 고려해 매장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minhoo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