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됐고 경제적 가치도 6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는 태양전지 생산장비 제조기술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일당이 기술유출 직전에 검거됐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태철)는 코스닥 상장업체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정부출연금 813억원 등 총 2700억원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국책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씨(44) 등 일당 5명을 적발, 이 중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있던 김씨는 회사 보안체계의 맹점을 이용, 영업비밀을 외부로 넘긴 뒤 같이 근무하던 부하 직원 2명과 함께 핵심기술팀을 구성하고 하도급업체 A사 사장과 부사장을 태양전지 생산장비 제조책으로 끌어들였다. 이어 중국 쑤저우의 중국기업 H그룹과 함께 태양전지 생산장비 등을 제조한 후 중국에서 판매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2016년까지 주성엔지니어링의 영업비밀을 H그룹에 이전하기로 공모한 정황이 포착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영업비밀 관련 모든 파일을 암호화하고 담당직원에게서 보안각서도 받았다. 하지만 임원에게는 암호해제 권한을 부여하고 출퇴근시 가방 등 소지품 검사에도 소홀했다. 김씨는 보안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심야시간이나 휴일에 집중적으로 관련 파일 암호를 해제한 뒤 이를 외장하드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기밀을 외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딸 정도로 학구파였던 김씨는 부하직원 2명과 2010년 3월 동시에 입사했다가 지난 2월 함께 퇴사하는 등 기밀유출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퇴사 직전에 첩보를 입수한 검찰에 꼬리가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2008년에도 기술유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지만 회사는 몰랐던 것 같다”며 “태양전지 관련 기술을 빼돌려 팔아먹거나 해외기업에 취직하려고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빼돌린 기술로 직접 중국에서 매출 1조원대 사업체를 설립하려고 시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이 중국 유출을 시도한 기술 중에는 ‘2009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된 태양전지 생산장비 제조기술 외에도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 관련 기술 등이 포함됐다. 이 사건 영업비밀이 국외로 유출될 경우 태양전지 생산장비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액 약 3조원,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관련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액 약 3조원 등 총 6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검찰은 분석했다.

■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지식경제부는 매년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 중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고의 기술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것을 10대 신기술로 지정한다. 2009년에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태양전지 제조장비 기술 외에도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V8 가솔린 타우엔진, 삼성전자의 신개념 스크린 폰 Jet 등이 포함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