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다. 국회의원 당선자를 하루 아침에 낙마시키고, 사회적 지명도가 있는 인사도 성추문에 휩쓸리면 평생 쌓아온 명예를 모두 잃게 된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성추문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여성에게서 나왔다. 어우동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왕조의 공식 기록인 《성종실록》에는 어우동 사건의 전말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어우동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였음을 알 수 있다.

‘의금부(義禁府)에서 아뢰기를, “방산수(方山守) 이난(李瀾)과 수산수(守山守) 이기(李驥)가 어을우동(於乙宇同)이 태강수(泰江守)의 아내였을 때 간통한 죄는, 율이 장 100대, 도(徒) 3년에 고신(告身)을 모조리 추탈하는 데 해당합니다”하니, 명하여 은 속(贖)바치게 하고, 고신을 거두고서 먼 지방에 부처(付處)하게 했다.’(《성종실록》성종 11년(1480) 7월9일)

‘사헌부 대사헌 정괄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신 등은 생각건대, 어을우동이 사족(士族)의 부녀로서 귀천을 분별하지 않고 친소를 따지지 않고서 음란함을 자행했으니, 명교(名敎)를 훼손하고 더럽힌 것이 막심합니다. 마땅히 사통한 자를 끝까지 추문해 엄하게 다스려야 하겠는데….”’ (성종 11년(1480) 8월5일)

‘어을우동을 교형(絞刑)에 처했다. 어을우동은 바로 승문원 지사(承文院知事) 박윤창(朴允昌)의 딸인데, 처음에 ‘태강수(泰江守) 동(仝)에게 시집가서 행실을 자못 삼가지 못했다.’(성종 11년(1480) 10월18일)

실록 기록에서 본 대로 어우동은 음행(淫行)이 문제가 돼, 결국에는 교형(絞刑)으로 생을 마감했다. 성종 시대에 활약한 성현(成俔·1439~1504)의 《용재총화》에도 당대에 겪었던 어우동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어우동 사건이 당시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우동은 지승문(知承文) 박 선생의 딸이다. 그녀는 집에 돈이 많고 자색이 있었으나, 성품이 방탕하고 바르지 못해 종실(宗室) 태강수의 아내가 된 뒤에도 태강수가 막지 못했다. 어느 날 나이 젊고 훤칠한 장인을 불러 은그릇을 만들었다. 그녀는 이를 기뻐해 매양 남편이 나가고 나면 계집종의 옷을 입고 장인의 옆에 앉아서 그릇 만드는 정묘한 솜씨를 칭찬하더니, 드디어 내실로 이끌어 들여 날마다 마음대로 음탕한 짓을 하다가, 남편이 돌아오면 몰래 숨기곤 했다. 그녀의 남편은 자세한 사정을 알고 마침내 어우동을 내쫓아 버렸다.’

어우동의 음행은 이때부터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그의 계집종이 역시 예뻐서 매양 저녁이면 옷을 단장하고 거리에 나가서, 이쁜 소년을 이끌어 들여 여주인의 방에 들여 주고, 저는 또 다른 소년을 끌어들여 함께 자기를 매일처럼 했다. 꽃피고 달밝은 저녁엔 정욕을 참지 못해 둘이서 도성 안을 돌아다니다가 사람에게 끌리게 되면, 제 집에서는 어디 갔는지도 몰랐으며 새벽이 돼서야 돌아왔다.’ (《용재총화》 권5)

어우동은 성종대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다. ‘성리학의 나라’임을 표방한 조선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과연 어우동의 음행이 극형에 이를 만한 것이었느냐는 점이다. 당시에도 어우동을 사형시킨 것은 심한 처사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어우동을 죽음으로 몬 것은 성종의 의지였다. 본격적으로 성리학 이념을 전파하려고 하던 시대에 발생한 ‘어우동’이라는 돌출 인물은 성리학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캐릭터였다. 시범적으로라도 어우동을 처형해서 모든 조선의 여성들에게 반면교사로 삼게 하자는 뜻이 피력됐던 것이다. 그런데 어우동이 교형(絞刑)으로 처형된 1480년(성종 11) 10월은 성종의 왕비인 윤씨가 1479년 폐위되었다가, 1482년 사사(賜死)된 시기와도 묘하게 맞물린다.

왕실에서 왕의 권위에 도전했던 폐비 윤씨와 민간에서 남성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죽음을 맞이한 어우동의 모습에는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을 처형시킨 인물은 성종이었고, 성종시대는 성리학의 이념을 국가와 사회 곳곳에 전파시키려는 의욕으로 가득찬 시대였다. 어우동과 폐빈 윤씨는 이러한 시대의 희생양은 아니었을까.

신병주 < 건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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