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은 승리할 수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문재인의 대체자로 나타난 경향이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든 손학규 상임고문(사진)의 화법에 거침이 없다. 당내 경쟁자인 문 고문과 김 지사뿐 아니라 당 바깥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해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논란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손 고문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방식으로 두 번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문 고문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어냈던 PK(부산·경남) 출신 민주당 후보론이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그때는 부산·경남지역에서 더 많은 표를 끌고 와야 이긴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중간층, 특히 수도권의 중간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에 대해서는 “이장에서 군수, 도지사를 한 소중한 자산이지만 문 고문의 대체자로 나타난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손 고문은 “김 지사는 민주당의 미래 지도자로 키워야 할 재목”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차기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내의 안 원장 조기 입당론에 대해서는 “안 원장 자신의 결정 사항”이라면서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지는 본인의 깊은 고뇌 속에서 나온 결과여야 하는데, 국민에게 어떻게 하면 당선될까, 어느 시점이 좋을까라는 계산으로 보여져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손 고문의 ‘도발’에 당사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문 고문 측은 “손 고문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은 수도권·비수도권 친노·비노 얘기보다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 삶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 측도 “특별히 대응할 것은 없지만 같은 당 후보끼리 서로를 깎아내리기보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14일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민생은 똥이다” “총선 패배 후 멘붕(멘탈 붕괴)이었다”는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하는 등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 시절부터 저렇게 쉽게 얘기하면서 논란을 마다하지 않았으면 지지율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