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1분기 매출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9분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성과 안정성 지표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1분기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1549개 상장사를 포함한 조사 대상 1739개사의 1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10.5%로 나타났다. 2009년 4분기 7.5%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분기(17.4%)에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작년 4분기 12.6%로 반짝 반등했다가 이번에 겨우 10% 선에 턱걸이했다.

석유·화학 금속 섬유·의복 등 대부분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보다 낮아졌으며 조선업 매출은 0.8%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영헌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유로존 위기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도 나빠졌다.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2%로 지난해 1분기(6.6%)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7.5%에서 6.6%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도 417.7%로, 지난해 1분기(515.3%)보다 97.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 비중도 지난해 1분기 26.1%에서 31.2%로 높아졌다. 10개사 중 3개사 이상이 이자도 못 낼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비율이나 차입금 의존도 등 안정성 지표들도 나빠졌다.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01.2%로 지난해 말(99.5%)보다 소폭 높아지며 한 분기 만에 다시 100% 선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 비중(59.3%)은 전분기 말보다 0.4%포인트 감소한 반면 500% 초과 업체 비중(4.5%)은 0.2%포인트 증가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