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연례행사처럼 가격 올리는 까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대 명품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까르띠에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롤렉스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명품시계들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고급시계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롤렉스는 이르면 다음달 시계 가격을 평균 10%가량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롤렉스 본사는 이달 들어 글로벌 차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에 따라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는 잇따라 인상된 판매가격이 적용되고 있다.

롤렉스의 간판 모델 중 하나인 ‘서브마리너’(116610LN)의 국내 판매가격도 지금은 940만원이지만, 이번에 가격이 오르면 100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백화점 매장에선 가격인상 전에 미리 시계를 사 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띠에는 이미 지난달 1일 시계 전 제품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예물시계로 인기가 높은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W6920046)는 670만원에서 690만원으로 올랐다. 오메가, IWC, 브레게 등도 올 하반기 중 5% 안팎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대부분의 유명 시계 브랜드는 가격을 매년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인상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국내 수입업체와 매장 직원들은 인상 시점이 임박해서야 본사로부터 세부 내용을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이 명품 핸드백 값을 올리는 방식과 똑같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단 며칠 차이로 수십만~수백만원을 더 내거나, 가격 인상설을 믿고 구매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시계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등을 제품가격 인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명품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계 가격 인상은 고가 브랜드건 중저가 브랜드건 주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특별한 뉴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라며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 소비자들이 몰려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병행수입을 장려하는 등 수입품 가격안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 비회원국인 스위스 시계는 ‘무풍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스위스 시계를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이 구매하는 나라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회(FH) 집계에 따르면 올 1~4월 한국으로의 시계 수출액은 1억4640만스위스프랑(약 178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1% 늘었다.

하지만 국내 시계가격이 중국, 일본 등보다 싸다는 점에서 ‘명품의 횡포’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김신욱 롯데백화점 시계담당 상품기획자(MD)는 “시계업체들이 자체 부품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데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가격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