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유럽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만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유로존이 단일 통화(유로) 사용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순 없는지 궁금하다”며 단일 통화를 쓰지 말고, 원래대로 각국이 자기 나라 통화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통합된 중앙은행 없이 같은 통화만 쓰는 게 가능하냐”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발칸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유럽은 순식간에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며 맞받았다. 발칸에서 발화된 1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면서 “유로존의 통화 통합은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통화 통합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단일 통화인 유로를 사용하는 독일과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영국 간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와 관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위기의 근본 원인은 27개 EU 회원국 중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가 17개국밖에 안 된다는 점”이라며 유로존에서 빠진 영국을 겨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 “유럽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1년 내내 노력했는데 왜 아직도 위기인가”라며 “우리 모두는 경제적 해결 방안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기 당사국인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각국에서 위기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스페인 국민은 모두 오전 7시에 출근한다”며 “왜 남유럽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카보스=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