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업 축소로 '판세 변화'
6분기째 적자 고리 끊나
거래량이 많은 일본 소니의 TV사업 축소로 삼성이 어려움을 겪는 사이 LCD 전 분야에서 최강자 자리를 9개월 만에 되찾을 수 있었다. 6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적자 고리를 예상보다 빨리 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4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LCD(9인치 이상) 매출이 17억97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3월 매출보다 6.5% 증가한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보다 1억5100만달러 앞섰다. 시장 점유율도 29%를 차지해 26%인 삼성을 3%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LG는 대형 LCD 부문에서 줄곧 삼성에 열세를 보였다. 삼성이 TV 부문에서 6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LG만 생산하고 있는 편광방식(FPR) 3D TV 패널이 인기를 얻으면서 작년 6월 삼성을 뛰어넘었다 두 달 만에 역전당한 뒤 9개월 만에 재역전했다.
FPR은 TV 화면에 부착된 필름을 통해 나오는 3D 화면을 편광안경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삼성의 셔터방식(SG)보다 안경이 가볍고 피로도가 덜하다는 게 장점으로 알려져 있다.
LG는 중소형 LCD에서도 승전보를 울렸다. LG는 작년 5월까지 중소형 LCD 매출에서 삼성에 뒤지다 7월에 뒤집은 뒤 계속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 4월엔 1억9500만달러의 매출로 삼성보다 7100만달러 더 많았다.
삼성은 중소형 패널 부문에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주로 생산하고 LCD는 애플 등에만 공급하고 있다.
2관왕에 오른 LG는 전체 LCD 매출에서도 삼성을 앞질렀다. LG의 4월 LCD 매출은 19억9200만달러로 17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삼성보다 2억2200만달러 많았다.
LG 관계자는 “FPR 패널 수요가 급증하고 애플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패널 주문도 증가해 LCD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주로 삼성으로부터 TV용 패널을 공급받아온 소니의 부진이 LG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소니의 평판TV 시장 점유율은 9.4%로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LG는 LCD 시장 1위에 오른 지난 4월부터 매달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담합 과징금 때문에 쌓아야 할 충당금이라는 변수만 제외하면 턴어라운드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고 있는 OLED 분야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LG와 삼성이 OLED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패널 전문가 그룹이 LG 쪽 손을 들어준 것.
패널 평가 전문가들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메이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이몬드 소네이라는 “LG의 ‘W(화이트)-OLED’가 삼성의 ‘RGB OLED’보다 생생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론적으로 삼성 방식이 LG 방식보다 화질 면에서 우수하다는 일반적인 의견을 뒤집은 셈이다.
정인설 /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