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절히 배분해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 유형은 주식 편입 비율이 60% 이상이면 주식형, 50~60%면 주식혼합형, 50% 이하면 채권혼합형으로 나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중 기대 수익이 높은 주식형 펀드를 선호한다. 펀드 설정액도 주식형이 혼합형의 7배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차이가 난다. 국내 증시가 심하게 출렁거린 최근 1년 성과는 물론, 5년 장기 성과도 혼합형펀드가 주식형을 앞섰다.

◆최근 1년 수익, 혼합형이 앞서

지난 1년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기간별로 기복이 심해지고 있다. 1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14일 기준)은 1.29%로 혼합형 펀드(1.05%)를 소폭 앞선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성과는 혼합형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는 8.65% 빠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12.03%의 수익률로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형 펀드가 제때 대응하지 못해 성과가 저조했다고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주식 비중이 낮은 혼합형 펀드는 견조한 채권 수익 덕분에 2.79%의 손실에 그쳐 선방했다. 혼합형 중에서도 주식혼합형(-6.54%)보다는 채권혼합형(-1.03%) 수익률이 더 양호하다.

이에 따라 수익률 상위 펀드도 채권혼합형이 대부분이다. ‘메리츠세이프밸런스2(채권혼합)’(11.47%) ‘유진챔피언공모주1(주식혼합)A’(10.01%) ‘산은안정증권1(채권혼합)’(9.17%)는 이 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상위권 주식형 펀드의 성과와도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미래에셋TIGER IT ETF’(4.42%)를 제외하고는 ‘삼성KODEX삼성그룹주ETF’(2.5%), ‘하나UBS IT코리아1A’(2.21%) 등 대부분이 2% 안팎에 그쳤다.


◆5년 장기 성과도 ‘추월’

유럽 재정위기로 지수가 급락한 최근 1년뿐 아니라 5년 장기 성과도 혼합형 펀드가 주식형을 앞선다. 이 기간 미국에서 비롯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2번의 큰 위기가 잇따라 닥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주식형 펀드의 기간별 수익률은 △연초 이후 1.29% △1년 -12.03% △3년 29.08% △5년 15.93%로 들쑥날쑥하다. 반면 혼합형 펀드는 △연초 이후 1.05% △1년 -2.79% △3년 15.63% △5년 21.89% 등으로 꾸준히 수익을 쌓아가는 흐름이다.

가장 성적이 좋은 혼합형 개별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대상)는 ‘KTB엑설런트(주식혼합)C’가 꼽힌다. 최근 5년간 105.77%의 수익률을 올렸다. 뒤를 잇는 ‘산은안정1(채권혼합)’(57.70%)보다 두 배가량 높다. ‘KB퇴직연금배당40자(채권혼합)C’(54.53%),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40자1(채권혼합)C’(43.85%) 등도 상위권에 놓였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채권 비중이 50%가량으로 높은데 지난 5년간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연평균 7%가량의 채권 수익을 얻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안정 수익 노린다면 혼합형에 주목

올 들어 혼합형펀드의 수급 상황도 양호한 편이다. 최근 지수가 급락하면서 주식형 펀드 설정액(64조5762억원)은 최근 한 달 새 2조원 넘게 늘었지만 연초 이후 설정액은 아직 1조5785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혼합형 펀드 설정액(9조7329억원)은 최근 한 달간 1093억원, 연초 이후 4944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기대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낮아진 상태라며 기복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면 주식형보다는 혼합형 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글로벌 국가들의 금리 인하 가능성, 기업들의 이익 증가 속도 둔화 등을 고려한다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절히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