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금동에서 치킨전문점 ‘훌랄라 참숯바베큐’를 운영하고 있는 이혜숙 사장(49·사진)은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였다. 결혼 후 줄곧 남편과 아들 뒷바라지만 하던 그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들이 고교에 진학하고 난 뒤부터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사교육비로 만만찮은 돈이 들어갔다. 어느덧 오십줄에 들어선 남편을 보니 노후를 대비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맨 처음 창업 얘기를 꺼냈을 때 주위에서 만류가 심했어요. 남편 벌이도 괜찮은데 몸도 약한 사람이 뭣하러 생고생을 하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남편은 그의 생각에 동의했고, 큰힘이 됐다. 남편은 20년간 프랜차이즈 가맹점 인테리어 일에 종사해왔다. 남편은 선뜻 치킨집을 하자고 했다. 그는 처음에 싫었다. 원래 치킨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기름진 음식이라면 질색인데, 매일 닭 튀길 생각을 하니까 아찔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참숯바베큐 치킨을 맛보고는 마음이 변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리과정이 간단한 데다 느끼한 맛이 전혀 없었다. 이 사장은 매주 남편과 함께 장사가 잘된다는 가맹점들을 돌아다니며 점포운영 노하우를 익혔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점포의 크기는 115㎡(35평)로, 4인용 탁자를 15개 들여놓아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남편이 직접 시공을 맡았다. 좀 더 고급스러운 카페 분위기를 내고 싶어 공을 많이 들였더니 다른 가맹점들보다 인테리어비가 많이 들었다. 주방에는 위생을 고려해 곤충이나 곰팡이, 균류 번식을 억제하는 특수 목재를 썼다. 창업비용은 보증금 4000만원에 권리금 2000만원, 인테리어비를 포함해 총 1억5000만원 정도 들었다.

점포 인근에 공원이 있어 주 고객은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주부나 가족 단위 손님이다. 요즘은 치킨 맛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연인과 청년들도 부쩍 많이 찾고 있다. 밤 시간에는 맥주 한 잔 하러 오는 중년 고객들도 많다. 직원은 홀 서빙하는 한 명뿐이다. 오픈 초기에는 따로 주방장을 고용했는데 2~3개월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지금은 이 사장과 남편이 교대로 주방 일을 한다. 보통 오후 3시30분에 문을 열어 평일은 새벽 2시, 주말엔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오픈을 앞두고 본사에서 1주일간 교육을 받았어요. 1주일 안에 그 많은 요리들을 어떻게 다 배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배워 보니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점포를 연 지 이제 6개월 남짓인 초보 창업자지만 이 사장은 자신만의 조리 노하우와 비법도 생겼다. 이 사장은 “데리바베큐치킨은 소스를 바글바글 끓여야 더 맛있다” 고 설명했다.

이 가게의 월평균 매출은 2200만원 선이지만 순이익은 1100만원으로 매출 대비 이익률이 50%에 이른다. 부부가 가게가 매달려 인건비를 절감한 덕분이다. 1588-9205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