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콤팩트 카메라와 고급형인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의 틈새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니콘 변수가 생겼다. DSLR 카메라 시장에서 강자인 니콘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떨이’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려 시장 점유율을 올렸지만 업계에선 곱지 않은 눈길로 니콘을 바라보고 있다.

◆‘가격 후려치기’로 승부

니콘이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1 J1’(사진)을 지난해 10월 내놓았을 때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적었다. 카메라 몸체(보디)와 10~30㎜ 표준줌 렌즈를 합해 80만원 선으로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니콘 J1에 탑재된 센서 용량이 작아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고 화소수(1010만 화소)가 경쟁사(1230만~1610만 화소)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니콘 J1은 첫 달인 지난해 10월 30여대가 판매됐고 그 다음달인 11월에도 겨우 300여대가 팔렸다. GfK가 소셜커머스나 일부 인터넷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집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DSLR 카메라 강자인 니콘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는다고 하자 처음에는 기대가 컸지만 사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판매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저가 물량공세로 판매 급증

하지만 올해 들어 니콘은 J1 모델 가격을 공격적으로 떨어뜨렸다. 가격정보 제공업체인 다나와에 따르면 표준줌 렌즈를 포함한 J1의 평균 구매가격은 지난 3월 이후 41만원 선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터넷 매장에서는 카메라 몸체만 20만원 초반대로 팔고 있다. 니콘의 콤팩트 카메라인 ‘쿨픽스P310’(최저가 기준 28만9000원)보다 싼 가격이다.

제품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면서 니콘 J1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3월에는 단일 모델 기준으로 ‘반짝 1위(시장점유율 19%)’를 차지했다. 4월 니콘 J1 판매량은 3800대로 지난해 11월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니콘이 J1 가격을 크게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사은품으로 월 1000대 넘게 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일본 소니가 3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25%)가 바짝 따라잡는 모습이었다. 2분기에는 니콘의 점유율이 이들과 비슷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러리스 시장 ‘4파전’

DSLR 강자 니콘이 미러리스 시장에서는 ‘호된 신고식’을 치른 반면 DSLR 시장에서 고전하던 삼성 소니 파나소닉 등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캐논과 니콘에 밀려 DSLR 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면서 복잡한 광학기술 없이도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자 이들의 시장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00만대로 추산되는 미러리스 카메라 세계 시장 규모가 2014년에는 1300만대로 DSLR 카메라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급형인 콤팩트 카메라는 모든 카메라 제조업체들이 만들고 있지만 중·고가품으로 가면 캐논과 니콘은 DSLR, 소니와 삼성전자는 미러리스에 주력하고 있다. DSLR 카메라 1위 업체인 캐논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아예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과 2008년 DSLR 카메라인 ‘GX10’과 ‘GX20’을 각각 내놨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해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소니 역시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다.

콤팩트 카메라보다 더 싼 가격을 내세운 니콘의 ‘저가 마케팅’ 공세에 미러리스 시장에서 한창 재미를 보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 미러리스 카메라

mirrorless camera. DSLR 카메라에서 거울과 펜타프리즘(빛을 90도로 굴절시키는 프리즘)을 빼 무게와 크기를 줄인 반면 고화질과 수동조작 등 장점은 그대로 둔 제품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