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단에 개원하도록 압박 좀 해주세요. 지역구 주민들 보기가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17일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2주가 넘었다. 법정 개원일은 임기 시작 7일째 되는 지난 5일이었다. 법정 개원일을 넘긴 지 벌써 10여일이 지났지만, 19대 국회는 여야 밥그릇 싸움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는 초반부터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여야 모두 원구성 협상에서 밀리면 12월 대선까지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언론사 파업, 민간인 불법 사찰 등 현안에 대한 국정조사를 원구성 협상과 연계하는 것도 그래서다. 새누리당이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제명안 처리와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막말 파동 등 종북문제로 야당을 압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야 모두 대선전략 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4대 때는 총선 이후 지방선거, 대선까지 겹치면서 정쟁이 극에 달했고, 원구성까지 125일이나 걸렸다. 18대 국회도 광우병 파동과 4대강 사업 등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88일이 소요됐다. 이번에도 최악의 경우 국회 개원도 못한 채 여름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든 현안이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대선 블랙홀’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대목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국회만 예외일 수 없다. 새누리당은 얼마 전 연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라면 국회 사무처는 의원들에게 오는 20일 첫 세비 1149만원을 지급한다. 새누리당이 19일 의원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당론을 정한다니 두고 볼 일이다. “새누리당이 국민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민주당도 무노무임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총선 내내 외쳤던 민생을 위한 정치는커녕 스스로 문조차 열지 못하는 국회가 당장 할 일은 이 원칙부터 지키는 일일 것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