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나 보유자산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 싼 가격에 거래되는 가치주는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 방어 역량이 성장주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변동성이 커진 요즘과 같은 장에서 가치주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주식운용본부장(41)과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40)는 최근 펀드시장에서 가장 관심받는 ‘가치주펀드 매니저’다. 이들이 운용하는 ‘삼성중소형FOCUS’와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는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 설정된 KB중소형주포커스는 올 들어 18.07%의 수익률(15일 기준)을 올려 전체 803개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수익률 1위에 올라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이 1.8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소형FOCUS의 수익률은 4.79%로 26개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KB중소형주포커스에 이어 2위다. 설정액 규모가 2537억원으로 KB중소형주포커스(1068억원)의 2배가 넘고, 최근 3년간 수익률이 81.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 측면에서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가치주 투자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매니저의 운용 전략은 차이가 있다.

수급 개선 등의 요인으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적정 수준 이상 주가가 올랐다’고 판단되면 매도하거나, 추가 투자를 중단한다는 점에서는 두 펀드가 비슷하다. 민 본부장은 보유 중이던 호텔신라가 대표적인 중국수혜주로 지목돼 지난해 한때 급등했지만,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판단으로 1년 내내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최 이사는 지난해 한창 잘나가던 에스엠의 시가총액이 하반기 1조원에 도달하자 보유지분 대부분을 처분했다.

가치주 투자에 대한 매니저들의 철학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차이가 있다.

민 본부장은 글로벌 메가트렌드 변화를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고 투자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어져온 설비투자 위주의 중국 시장 성장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고 작년에 포트폴리오 중 산업재를 소비재로 교체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성중소형FOCUS는 에이블씨앤씨 한국콜마 등의 종목에 투자 중이다.

최 이사는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업황보다는 해당 종목이 갖고 있는 경쟁력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타깃’ 종목의 수익창출 능력이다. 최 이사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한 차입 때문에 영업이익이 내부에 축적되지 못하는 대형주보다는 특별한 설비투자 없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대부분 유보금으로 쌓이는 종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이 펀드가 담고 있는 동원산업 우리파이낸셜 등이 이런 종목에 해당한다.

이처럼 운용철학에 차이가 나는 것은 두 사람이 대조적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시각이다. 민 본부장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이후 옛 LG화재(현 LIG손해보험) 대리 시절부터 워런 버핏 관련 책 등을 읽으며 가치투자를 스스로 터득한 ‘독학파’다. 최 이사는 여의도 가치투자 계보의 주류인 ‘동원파(옛 동원증권 출신 가치투자자들)’의 적통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그리스 총선 이후 변동성이 심해질 것에 대비해 개인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종목에는 어떤 게 있을까. 민 본부장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부품주나 타이어주 등을, 최 이사는 유가 하락 등의 수혜를 입을 수산주 등을 각각 꼽았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