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김수영 "풀이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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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저항시인 김수영 작가의 47년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본 유학, 만주 이주, 북한군 징집, 거제 포로수용소 감금, 미군 통역, 신문사 기자, 그리고 대형 교통사고…. 김 시인은 길지 않은 일생에 이 모두를 담았다.
그는 1921년 서울 종로2가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부유했다. 1941년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한 김 시인은 일본 유학에 올랐다. 연극에 심취했다. 그도 잠시. 1943년 일본군 징집을 피해 귀국한 뒤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만주로 이주했다. 광복과 함께 귀국한 그는 집안생계를 꾸리기 위해 영어학원 강사와 번역일을 했다. 그러면서 썼던 ‘묘정의 노래’는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1945년 말이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남북한 양측 모두의 포로로 잡히는 기구한 운명도 겪었다. 20~30대 도시생활을 비판하는 모더니즘을 추구하던 그에게 1960년 4월의 함성은 그의 저항정신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4·19혁명 이후 규범적인 시색(詩色)을 버리고 ‘하… 그림자가 없다’ 등 현실 비판 작품을 연이어 썼다. 손에 쥔 고료 몇 푼으로 광화문 선술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사회부조리에 울분을 토하던 김수영. 대표작 ‘풀’을 완성한 보름 뒤, 귀갓길에 인도를 덮친 버스에 치여 운명을 달리했다. 44년 전 오늘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