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은 우주 궤도를 돌며 지구를 샅샅이 살피고, 24시간 통신을 연결해 준다.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거나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탐색할 때도 쓰인다. 위성이 이미 우주개발에서부터 국방, 산업, 일상생활까지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이래 지금까지 발사된 인공위성은 7000기에 육박한다. 그중 3500여기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고, 나머지는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소멸됐다.

지구를 도는 3500여기 중 제 기능을 하는 건 약 1000기다. 2500여기는 별 역할 없이 ‘그냥’ 돌고 있다. 일종의 우주 쓰레기다. 여기에 위성 파편 등 함께 떠도는 인공물체가 2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날 법도 하지만 위성끼리 충돌하는 일은 별로 없다. 2009년 2월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호’가 러시아의 폐 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충돌한 게 유일한 사례다. 대개 미리 정해진 궤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부 위성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가동 중인 위성을 가장 많이 소유한 나라는 미국(450여기)이다. 러시아 100여기, 중국 80여기, 일본 40여기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우리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와 3호, 정지궤도 기후환경관측위성 천리안, 민간 통신위성 무궁화 5호·올레 1호·한별위성 등을 운용 중이다.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것 치고는 따라잡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지난달 18일 발사된 아리랑 3호가 울릉도 저동항을 촬영한 사진을 그제 보내왔다. 아리랑 2호 사진에 비해 해상도가 뛰어나 자동차 종류를 구분할 수 있고 숲과 지붕의 색도 뚜렷하다. 해상도가 0.7m(가로, 세로 70㎝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다는 뜻)로 높아진 덕이다.

물론 미국 정찰위성 ‘키홀(KH)’ 시리즈에는 못 미친다. 최신형인 키홀 11, 12호는 해상도가 0.15m다. 걸어가는 사람의 얼굴도 판별할 수 있다. 다만 무게가 10t으로 아리랑 3호의 10배나 되는 탓에 연료 소모량이 많아 수명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미국 민간위성 ‘지오 아이(Geo Eye)’도 해상도가 0.3~0.41m로 정밀촬영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원하는 지점을 골라 찍는 스폿(spot)위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00개 안팎의 위성이 발사된다고 한다. 우리도 올해 나로과학위성, 과학기술위성 등을 추가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매일 우리 상공을 지나는 700여개 위성을 식별하고 감시하는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 군사 정보도 주로 미국에서 받는다. 위성강국으로 갈 길이 아직은 멀다는 얘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