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신촌·종로 등 서울시내에서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선 매일 새벽마다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와 전쟁을 벌인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도심 거리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거리 쓰레기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버스정류장 표지판, 가로수, 가판대 등이 사실상 쓰레기통 역할을 한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거리 쓰레기통 숫자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서울 거리엔 총 4700여개의 쓰레기통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 500m당 1개씩 꼴이다. 1995년 종량제 도입 직전 7500여개에서 대폭 줄었다. 2007년에 3500개로까지 줄였다가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디자인을 가미한 쓰레기통의 확대 보급을 내세워 1200여개 늘렸다.

거리의 쓰레기통이 줄어든 배경은 간단하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종량제 봉투 사용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집안의 쓰레기까지 거리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리면서 시와 각 구가 골치를 앓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시와 각 자치구의 합의아래 쓰레기통을 줄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의 이런 방침은 조만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담당부서에 거리 쓰레기통 확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이 박 시장 트위터에 쓰레기통을 최소한 거리 100m당 한 개씩 설치해 달라는 민원글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담당부서인 기후환경본부는 고민에 빠졌다. 시 관계자는 “시장의 지시가 있었으니 쓰레기통을 당연히 늘려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거리 쓰레기통이 늘어날 경우 예전처럼 집안의 쓰레기까지 무단으로 내다버리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도시 미관 문제나 비용 문제도 있다. 각 구청의 반발도 시로선 고민거리다. 쓰레기통 관리·운영은 해당 자치구의 고유 업무인데 대부분의 자치구가 거리 쓰레기통을 늘리는 데 부정적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거리 쓰레기통 확대 여부는 이처럼 관리문제에다 일선 구청 소관이라는 점까지 얽혀 있어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쓰레기통 확충이라는 ‘작은 현안’을 서울시가 어떻게 결론낼지 주목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