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 업종은 대기업·中企 모두 끌어내리는 규제"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50% 미만이다.”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13일 “유로존 국가의 가계 자산이 충분하고 정치권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로존 붕괴 등 극단적인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경제가 단기적으로 경착륙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라잔 교수는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무역 50년, KOTRA 50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세계 경기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라잔 교수는 “이탈리아만 해도 민간이 국내총생산(GDP)의 6배에 달하는 부를 갖고 있는 등 유로존은 스스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자금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재정위기는 경제적 위기인 동시에 정치적 위기로 볼 수 있다”며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의 해결의지가 확고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7일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이 유로존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한다고 해도 유로존 전체가 붕괴되는 극단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위기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독일 등 유럽 부국의 부채상환 수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부채 삭감 같은 단기적인 해법 이외에 국가별 경제·산업의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관해서도 단기간에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라잔 교수는 “중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거나 융자를 늘리는 등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다”며 “올해 말께 지도부 교체도 앞두고 있는 만큼 1~2년간 8%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라잔 교수는 한국과 중국 등 신흥국들이 상호협력을 통한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10여년간은 선진국의 소비가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왔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며 “지금껏 선진국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왔던 신흥국가들이 내수 또는 신흥국가들끼리 수요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라잔 교수는 한국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대해 모두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이 해당 업종을 포기한다고 해도 경쟁력있는 외국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대기업을 규제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장려해 모두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에 대해서는 “이들 기업이 특혜를 받아서 성장했다면 특혜를 줄여야겠지만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성공했던 것들을 못하게 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라구람 라잔 교수는

지난해 미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가장 영향력 높은 경제학자’로 선정됐다. 인도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인도경영대학원에서 MBA를,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200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연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인도 정부의 금융 부문 개혁위원회 회장으로 인도의 금융개혁을 주도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