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도 서울시향이 연주하면 멋지지 않겠어? 우리 내년에 한번 해볼까?”

지난 11일 밤 제주 표선면 해비치리조트. 해가 저물자 잔디 정원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곧이어 큰 판이 벌어졌다.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복합장르 등 공연예술을 만드는 사람들과 지역문화재단 등 전국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 종사자, 공연장 장비 소프트웨어 개발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까지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공연계 화제와 콘텐츠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각 단체의 공연기획자들은 같이 해볼 만한 프로젝트를 시연해 보였다. 극장 관계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지켜봤다. 장비 업체들은 새로 개발한 공연장 의자와 음향 시스템,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인 매표 시스템을 선보였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모철민)가 주최하고 문화부,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스티벌이다. 공연예술 콘텐츠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한자리에 모여 아트마켓을 열고, 올해의 공연시장을 예측하는 심포지엄, 원투원 미팅, 국제교류 라운드 회의 등을 나흘에 걸쳐 진행한다. 해비치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연극, 무용, 뮤지컬, 국악 등 장르별 16개 공연단체가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시연하는 쇼케이스를 열었다.

모철민 회장은 “뉴욕 마켓이 가장 크다고 알고 있는데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이런 행사는 본 적이 없다”며 “전국의 공연장 관계자들이 더 많이 와서 직접 좋은 콘텐츠를 눈으로 보고 즐기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비치호텔 내 크리스탈홀과 다이아몬드홀에는 세종솔로이스츠,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크레디아, 서교음악자치회,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풀림앙상블 등 음악 관련 콘텐츠 44개 부스와 서울발레시어터, 와이즈발레단, 안애순무용단 등 무용 관련 콘텐츠 9개 부스, 연극과 뮤지컬 47개의 부스, 복합장르 25개 부스 등 총 140개 부스가 설치됐다.

모 회장과 조재현 경기문화의전당 이사장, 강진철 부산시민회관 관장, 이인권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김제식 김제문화예술회관 사장, 이상화 창원 성산아트홀 관장 등은 공연과 쇼케이스를 함께 즐기며 각 공연장에 맞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서울시향 공연기획팀,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 등 서울의 주요 국공립 단체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을 사고파는 마켓과 함께 이 페스티벌의 중요한 축은 ‘공연계 네트워크 구축’이다. 연극 ‘식구를 찾아서’를 제작한 오준석 엠제이플래닛 대표는 “2009년부터 참석했는데 자기 작품에만 갇혀 있던 예술인들이 다른 분야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기원 서울발레시어터 기획팀장은 “해비치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로 발레라는 장르를 연극, 뮤지컬 등 다른 분야와 접목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며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개 문화예술회관에 1억원을 지원하는 ‘해피존 티켓 나눔사업’을 진행했다. 12일 오후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정현욱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이 ‘2012 공연시장의 변화’, 이현정 LG아트센터 마케팅팀장이 ‘공연예술 분야에서의 한류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영산 문화부 예술정책관은 “우리 문화의 해외 수출도 중요하지만,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서로의 열정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