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경제민주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김 전 위원은 12일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강연을 통해 “대선 승리를 위해선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해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강연엔 25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석했다.

그는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으니 ‘좌클릭’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의 가치를 정당에 도입한 게 어떻게 좌클릭이냐”는 항변이다.

지난 8~9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헌법 119조 1항이 분배에 무게를 둔 119조 2항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정한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1항과 2항은) 원칙과 보완 관계가 아니라 시장 경제를 올바로 운영하기 위해 동시에 작용하는 관계”라고 불만을 표했다. 김 전 위원은 1987년 개헌 당시 민정당 의원으로서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넣은 주역이다.

그는 “총선이 끝난 뒤 도로 옛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게 과연 대선을 앞두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아직도 새누리당의 많은 의원들은 우리나라가 마주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1%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16.6%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놓고 적당히 묵과하는 정당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의에 대해 김 전 위원은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되 그것이 탐욕으로 나아가 하나의 경제세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는 방책”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은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방향이 재벌을 해체하거나 재벌 개혁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했다. “정책, 규제를 꼭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고, 이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상당한 ‘신호’ 효과를 준다. 기업이 스스로 자제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지다.

김 전 위원은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벌을 때려잡으면 경제 운용이 안 돼서 나눠 먹을 것도 없어진다”며 “기업을 살리면서 그 부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새누리당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계의 힘은 현실이니 인정하되 현재의 위상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는지 재벌 스스로가 냉정하게 판단해보라”고도 했다.

대표적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보수 정당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변하는 것이 이념이고 가치”라고 말했다. 이만우 의원은 “시장이 완벽하지 못해 생기는 시장실패와 경제불평등에 개입하는 게 경제민주화”라며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테니 적극적인 자세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