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분기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요즘은 보름이나 한 달 단위의 단기 예측은 몰라도 두세 달 뒤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운영 전략을 세워야 하는 단계인 거죠.”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지식경제부-대기업 성과공유 자율추진 협약식에서 만난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53·사진)은 “석유화학업체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질문에 “SK종합화학 역시 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 업체들이 에틸렌을 감산하고 있지만 우리는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라인을 껐다 켰다 하면 이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중국 경기 부진과 유럽 금융위기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차 사장은 “위험 요인을 분산시키고 원료와 제품 가격을 면밀히 따져 최소 마진을 확보하는 등 트레이딩에서 많이 쓰는 기법으로 위기 관리를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가 경쟁력 확보”라고 강조했다. 감산은 안 하겠지만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짜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성장전략과 글로벌 진출 등 중장기 계획은 중심을 잡고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일본 에너지기업인 JX에너지와의 합작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했다.

SK종합화학은 JX에너지와 5 대 5 합작법인을 세워 울산에 연산 100만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를 건설하기로 했다. 18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위법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SK종합화학이 자회사를 설립하려면 회사 지분 100%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 사장은 “지난해 회사 분할 전에 이미 PX 관련 합작회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2년간 법 적용을 유예받는다”며 “지난 8일 합작회사 임시주총 이사회를 열어 합작법인을 계획대로 출범시켰고 예정대로 2014년 준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 후엔 투자 유치나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Nexlene)이다. 넥슬렌은 차세대 신소재 폴리머 제품으로, 2010년 촉매, 공정, 제품 등 전 과정을 100%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SK종합화학은 3700억원을 투자해 울산콤플렉스 내에 연간 23만의 넥슬렌 공장을 짓고 있다.

차 사장은 “내년 4분기엔 시제품이 나올 것”이라며 “소수 메이저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을 공략해 최대 수요처인 중국뿐 아니라 미주, 유럽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 목표는 5000억원이며 장기적으로 2조원 규모까지 확장해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차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생산부서에서 일했다. 기획과 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쳤고 기업문화본부장 겸 인력담당도 맡았다. 지난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종합화학,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로 사업분할을 할 때 SK에너지 올레핀사업본부장에서 SK종합화학 대표로 임명됐다. 유화업계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지만 포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