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ㆍCJ푸드빌 등 '현지화'로 승부…'K푸드' 수출 역군
‘김치바게뜨, 불고기쌈, 미숫가루 라떼.’ 한국인이 듣기에도 생소한 메뉴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판매하는 곳이 있다. 카페베네가 지난 2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낸 해외 1호점이다. 이 매장에는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의 뉴요커들이 방문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다양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인근 스타벅스의 4배에 달하는 661㎡(약 200평) 규모의 매장을 확보했고, 한국 매장엔 없는 20여개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 북카페 컨셉트를 도입하고, 기존 미국 카페의 영업 마감시간이 오후 10~11시인 데 비해 이 매장은 새벽 2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다소 무리한 투자로 비칠 수도 있지만 세계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맨해튼에 해외 1호점을 냈다”며 “현지화를 추구하면서도 꾸준히 한국적인 것을 가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도 3개의 해외매장을 냈으며, 올 하반기엔 미국 뉴저지주의 한인타운과 로스앤젤레스(LA)에 잇따라 개점할 예정이다.

○세계로 뻗는 국내 외식프랜차이즈

롯데리아ㆍCJ푸드빌 등 '현지화'로 승부…'K푸드' 수출 역군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100조원으로 성장한 프랜차이즈 산업이 이제는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떠올랐다. 업체들마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K푸드(음식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선 맛과 서비스로 승부하면서, 해외시장에선 현지화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CJ푸드빌의 비비고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 2호점을 개점했다. 2010년 문을 연 현지 1호점이 하루 평균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내는 데 힘입은 것이었다. 비비고는 조만간 영국 런던에서도 1호 매장을 여는 등 연내 총 20여개의 해외매장을 낼 계획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지난달 ‘패밀리 레스토랑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캐나다 리치몬드힐에 ‘브랜드 라이선스 매장’을 열었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들이 경합을 벌이는 이곳에 한식 브랜드가 단독건물 형태로 들어선 것이다. 정인태 불고기브라더스 회장은 “우리나라도 고유의 한식 콘텐츠를 북미 지역에 수출하고 로열티까지 받는 실질적인 외식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과·제빵 브랜드들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배기범 부사장은 지난 3월 베트남에 ‘글로벌 100호점’을 여는 자리에서 “2020년까지 60개국에 파리바게뜨 매장 3000개를 열고 해외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지난 4월 베트남 레러이에 15호점을, 중국 톈진 이세탄백화점에 11호점을 여는 등 5개국에 4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유럽까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가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이다. BBQ(177개)를 비롯해 파리바게뜨(88개), 롯데리아(31개), 미스터피자(22개), 뚜레쥬르(11개), 놀부(4개), 본죽(4개), 카페베네(3개), 비비고(1개) 등이 3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있다. 박경배 SPC그룹 홍보팀 차장은 “중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불린다”며 “업계에서는 ‘중국만 잡아도 세계를 다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도 국내 외식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한 곳이다. 베트남에는 롯데리아와 BBQ,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미스터피자 등이 진출해 있다. 이장묵 롯데리아 베트남법인 팀장은 “2000년 이후 5% 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는 베트남은 시장 전망이 밝은 나라”라며 “2004년 첫 해외 진출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서양과 동양의 접경지’라는 이유로 인기다. 싱가포르에는 BBQ, 놀부, 비비고 등이 지점을 냈다. 박진영 비비고 싱가포르법인장은 “다양한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국가여서 싱가포르에서 입지를 다지면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에 집중돼 있던 해외진출 지역이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유럽 등으로 다변화됐다. 2005년 미국에 1호점을 낸 파리바게뜨는 현재 19개의 미국 매장을 갖고 있다.

BBQ도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미국, 터키 등에 67개의 유럽·미국 매장을 열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여개의 가맹점을 열어 매출 50조원, 로열티 수익 2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재료 조달·인력 관리가 걸림돌

국내 외식브랜드들이 해외에 점포를 낼 때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고 필요한 식자재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차경일 BBQ 싱가포르 법인장은 “철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돼야 현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한식 브랜드들은 부족한 인력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한식을 잘 아는 현지 조리사들이 많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만한 보다 체계적인 한식조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