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 인수된 엔씨소프트 주가가 예상과 달리 급락했다. 중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갑작스럽게 대주주 자리를 넘긴 것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반면 넥슨은 일본 시장에서 급등해 대조를 이뤘다.

엔씨소프트는 11일 4.85% 하락한 2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대 급락으로 출발한 주가는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요동쳤다. 넥슨이 지난 8일 김 대표의 지분 24.69% 중 14.70%를 804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첫 시장 반응이었다.

외국인이 66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140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기관 순매도 1위,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시장참여자들은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둔 시점에 그것도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지 않고 지분을 넘긴 점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거래였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딜”이라며 “특히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 출시로 기대감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긴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지분 매각 시기와 가격이 의문이며 기존 투자자에 대한 배려심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 대표가 정치권에 진출할 계획”이라거나 “회사가 성장 둔화의 벽에 부딪치자 급하게 지분을 판 것”이라는 등의 갖가지 추측이 난무해 개인투자자들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전략적 제휴가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엔씨소프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넥슨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캐주얼게임에 강점이 있어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은 33.6%인 데 비해 넥슨은 67.3%에 이른다”며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넥슨의 글로벌 유통망은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엔씨소프트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9년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임이나 2007년 이재웅 다음 대표 사임 등 창립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인력 이탈에 따른 성장통을 겪은 사례가 있어 김 대표가 계속 경영권을 유지할지, 인력 이탈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가 지분 매각 대금으로 넥슨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딜 여부도 확인해야 할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추가적인 딜이 없을 경우 진정한 전략적 제휴가 안 돼 엔씨소프트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날 넥슨재팬은 일본 증시에서 5.16% 급등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과장은 “일본 투자자들은 양사의 시너지에 주목해 넥슨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 것”이라며 “2008년 이후 주가가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닌텐도와 달리 넥슨은 일본 증시에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